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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과 문학의 징검다리] 19 - 이 얼마나 큰 은총인가!

박광호(모세, 시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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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지오 마리애」 편집장 되다

 레지오 마리애에는 꼬미씨움(지역 평의회)이 있다. 당시 서울 양천ㆍ강서지구 꼬미씨움 단장은 이석규(모세) 형제였다. 그분은 서울 국가평의회(세나뚜스) 부단장이기도 했는데, 나를 「레지오 마리애」 월간지 편집장에 추천했다. 그리하여 1991년 2월 4일 새 직장에 출근했다.

 편집장 직책을 수행하면서 하느님의 오묘한 안배에 감복했다. 그 옛날 레지오 마리애에 입단케 함으로써 신앙인다운 삶을 살게 하신 하느님이다. 나아가 묵주기도 중에 암시를 주시고 완쾌에 이르게 하셨다. 그 후 줄곧 성모님 품속에 살게 하시더니, 이제 「레지오 마리애」 편집장으로서 당신 영광을 드러내게 하셨다!

 나는 그때까지 보고서 수준인 월간지를 전면 개편했다. 특히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킬 고정란과 독자들이 참여할 기획물을 여러 개 마련했다. 필자 선정에도 힘을 기울였다. 그 대표적 필자가 배문한(도미니코) 신부님이었다.

 로마에 유학중인 배 신부님에게 의뢰해 `로마에서 온 편지`를 연재했다. 신부님이 귀국한 후에는 `차 한 잔의 사색`이라는 고정란을 맡았다. 신부님의 구수하면서도 신심 깊은 글이 장기간 연재되면서 레지오 단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배문한 신부님은 1994년 8월 5일 익사 직전의 신자 세 사람을 구하고 탈진해 별세하고 말았다. 레지오 월간지로서 큰 손실이었다. 또한 우리 부부를 끔찍이 아껴주신 신부님이기에 나의 슬픔과 충격이 컸다.

 편집장 재임시절 또 한 분 특히 잊을 수 없는 분이 문태준(바오로) 형제다. 하느님의 가르침에 따라 사업을 정리하고 부인과 함께 북미주에 건너간 후 레지오 마리애를 크게 확산시킨 분이다. 그분이 일시 귀국했을 때 인터뷰한 인연으로 가까워졌고, 그분의 초청으로 LA와 텍사스에 가서 레지오 단원들에게 강의하는 기회를 가졌다.

 1998년 9월에는 31년 만에 제2시집 「내 영혼 쉴 데 없는 길섶에」와 제3시집 「새뽀얀 애정으로 꽃피는 나무」를 동시 출간했다. 마치 두꺼운 껍질 속에 감추어진 석류 알이 모습을 드러내듯 부끄러웠다. 그러나 진솔하게 기도하고 노래한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심정이었다.   

 

 성모님 모시고 사는 사람에게 은총이!

 내 인생에 있어서 「레지오 마리애」 편집장 시절은 더할 나위 없는 황금시기였다. 무엇보다도 성모님 정신에 따라 살고자 노력했고, 성삼위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을 받았다. 그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하루하루 삶이 은총의 삶이었다.

 나는 월간지 필자들의 원고를 통해 향주덕을 쌓으려 힘썼다. 원고 속의 신앙심과 복음적 삶이 내 영혼을 적셨다. 이 얼마나 큰 은총인가. 또 많은 필자들과 인연이 나를 성숙케 했다. 그들 중에는 세상을 떠난 분들도 있고, 바람처럼 스쳐간 일회성 인연도 있고, 아픔을 안겨준 분들도 있지만, 오랫동안 인연을 맺는 분들도 적지 않다.

 그중 한 분이 사진작가 김태수(요셉) 형제다. 그분은 레지오 월간지에 장기간 사진을 수록했다. 그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여러 차례 직접 운전하여 전국 각처를 안내했다. 내가 숱한 성지와 명승지를 답사한 것은 그분의 봉사 때문이다. 우리의 우정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나는 2001년 12월 31일부로 정년퇴직했다. 만 10년 10개월 재직했으니, 이것은 하느님께서 한 평범하고 부족하기 짝 없는 사람에게 베풀어주신 사랑과 자비의 결정이다. 성모님 모시고 사는 사람에게 주신 하느님의 은총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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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9-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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