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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54) 아내의 그 짝사랑

하느님 마음 그대로 닮은, 부모의 자식 짝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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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잘 아는 선배 신부님이 하루는 주방 봉사 자매님으로부터 된장찌개를 끓여 놓았으니 시간이 되면 와서 같이 먹자고 전화가 왔습니다. 복날이었던 그날, 특별한 것(?) 좀 먹을 거 있나, 그냥 마음 맞는 사람이랑 한 끼니 행복하게 먹으면 좋은 피가 되고 살이 된다는 생각에 어슬렁어슬렁 그 신부님의 사제관에 갔습니다.

깔끔하게 차려진 밥상 주위에 이것저것 맛난 반찬을 보고 모처럼 허리끈을 풀고 우아하게 천천히 식사 했습니다.

젓갈이 된장찌개에 잘 맞아 밥 한 그릇을 더 먹었습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후, 차를 한 잔 마시는데 신부님이 문득 말했습니다.

“어이, 강 신부. 본당 신자분이 들려준 이야기 하나 해줄게. 얼마 전 장가를 간 아들이 집에 놀러 왔대. 뭐, 놀러 왔다기보다 배부른 아내를 위해 집에 와서 반찬 좀 얻어 가려고 온 것 같더래.

그런데 그날 따라 아들이 엄마가 해 주는 된장국이 먹고 싶다 하더래. 그래서 갓 지은 밥에 된장국으로 밥상을 차려 놓았대. 세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데 그날 따라 남편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밥만 먹더래.

식사 후 며느리 줄 반찬을 싸서 아들을 보낸 후 남편에게 물었대. ‘오늘 저녁, 된장국 맛있었느냐’고.

그랬더니 남편은 ‘치’ 하면서 화장실에 들어가서 표정 관리를 하고 나오더니 이런 말을 하더래. 자신은 일주일 전부터 ‘손맛 나는 된장국 좀 끓여 달라’고 노래를 불렀는데도 들은 척도 않더니 어떻게 아들이 된장국 먹고 싶다는 그 말 한마디에 후다닥 쏜살같이 시장에 가서 바지락과 두부 등을 사가지고 와서 밥상을 차리느냐며 아들 앞이라 말은 못해도 ‘이거 너무한 것 아냐, 이 집은 장가간 아들만 입이냐’고 그러더래.

그때 문득 ‘남편이 일주일 전부터 된장국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나? 한 것 같기도 하고, 못 들은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자식의 그 말 한마디는 어찌 그리도 애절하게 크게 들리던지. 남편도 늘 소중했지만, 자식에 대한 짝사랑은 세월이 가도 사그라지지 않더래. 자식에게는 주고 주어도 더 주고 싶고, 그런 자신의 마음을 자식이 몰라도 더 많이 주고 싶고. 이 마음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하시더라.”

아내뿐 아니라 이 땅의 모든 부부의 자식에 대한 짝사랑, 아름답고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그런데 부모의 자식 짝사랑, 어쩌면 그 원천이 하느님의 자녀 짝사랑이 기원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 부모이신 주님, 그분의 우리에게 대한 짝사랑 때문에 사람은 부모가 되면 자녀에게 뭘 주고 싶고, 또 주고 싶고, 그 마음 알아도 주고 싶고 아니, 몰라도 주고 싶은 모양입니다.

‘신부’라는 말 속에도 아버지라는 호칭이 포함돼 있습니다. 신부님이 좋은 부모님이 되려면 평생 함께 있는 신자들에게 짝사랑의 마음으로 뭔가를 주어도 또 주고 싶어지고 우리 신자들이 그 마음을 알아도 주고, 몰라도 우리 주님 마음 닮은 사랑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좋은 사랑으로 아버지가 된 신부의 삶, 우리의 좋은 부모인 주님, 그 십자가 흔적이 묻어 있는 짝사랑을 신자들에게 좀 더 친절하게, 정성스럽게 쏟아부어야 할 것입니다. 짝사랑, 하느님 마음을 그대로 닮았습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 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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