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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38) 함께 기도해 준다는 것

사람 간의 깊은 믿음과 신뢰 형성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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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개신교 신자이면서 일반 고등학교 선생님이신 분과 몇 년을 함께 상담심리를 공부 한 적이 있는데, 그분은 학교에 오기 전에 꼭 학교 성당에 들러 미사를 드리고 오셨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그분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그렇게 교회도 열심히 다니시면서 미사까지 드리셔도 괜찮아요?”

그러자 40대 중반인 그분은 해맑은 소녀처럼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당에 가면 편안해서 좋아요. 그리고 미사 드릴 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저절로 기도가 되고, 은총 받는 느낌이 들어요.”

이참에 성당에 다니시면 어떠냐고 물었더니 자신의 시댁과 친정 모두 열성적인 개신교 신자들이고, 남편은 교회에서 성가대 활동도 하기에 종교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후 종교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그분은 계속 미사에 참례했습니다.

시간은 흘러, 학교를 졸업한 후 연락 없이 지냈는데 어느 날 그분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마리아’라는 세례명으로 영세를 받는다고. 순간 ‘이게 무슨 일이지? 내가 아는 그분이 맞나’싶어 ‘내가 아는 분이 맞으시냐’고 문자를 보냈더니 ‘맞아요. 지난해 여름 귀국한 후 가을부터 6개월 간 교리 공부를 했고, 잘 버텨 부활절에 영세를 받게 됐다’는 답신이 왔습니다.

갑자기 밀려드는 궁금증!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가톨릭으로 개종을 했나 싶어 당장 전화를 했더니 너무 반가워하면서 이러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예전에 남편이랑 미국에서 몇 년 산 적이 있는데, 당시 우리 애가 가톨릭학교를 다니게 됐어요. 그래서 우연히 가톨릭모임에 간 적이 있는데 한 가톨릭 신자분을 알게 됐어요. 그 후 그분과 일 년 넘게 꾸준히 묵주기도를 했지요. 누군가가 나와 함께 꾸준히 기도를 해 준다는 것이 벅찬 감동이었고, 그 후 용기가 생겼어요.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 집 근처 성당을 찾아 교리시간을 알아보니 대충 시간도 맞는 것 같기도 해서 교리반에 들어가게 됐어요. 그런데 정말 끈기가 필요하더군요. 웬만큼 아는 교리 내용을 다시 들으려 하니. 그런데 그럴 때마다 그분이 나와 함께 말없이 기도해 준 것이 생각났어요. 함께 기도해 준다는 것, 정말 중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영세를 받게 됐고, 사실 지금도 주일이면 남편과 교회에도 가고 다시 혼자 성당에 다녀요. 앞으로 누가,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멀리 보려고요. 가톨릭 신자로 열심히 살고 꾸준히 기도를 잘 하다보면 하느님이 나의 미래를 희망으로 이끌어 주시지 않겠어요.”

상담공부를 할 때 나는 그분과 함께 기도한 적도 없고, 신앙이야기조차 진지하게 나눈 적도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계기로 ‘우리 주변 누군가가 자신과 함께 기도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와 함께 꾸준히 기도해 주는 것, 그것은 신앙을 넘어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깊은 믿음과 신뢰 형성의 시작이라고 생각됩니다.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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