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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 (139) 진심과 온 마음을 담은 기도 (1)

타인에게 진심을 담은 축복 ‘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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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진심이 과연 사람 사이에서 제대로 드러나거나 알려지기는 하는 것일까?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진심이 정녕 그 자체로 ‘진심’이라면 진심에서 나오는 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나와 너, 그리고 우리와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

좋은 이야기 하나 할게요. 제게는 오랫동안 다니는 커피집이 있는데 마음 착한 주인장 내외가 사람을 편안히 반겨주는 곳입니다. 인테리어가 화려하거나 고품격 느낌을 주는 비싼 곳은 아니지만, 언제나 친절함과 마음 씀씀이가 가게 안에 가득 차 그 집에서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때로는 영혼의 피로를 풀어주곤 합니다.

어느 날 오후 상담을 끝낸 후, 머리를 식힐 겸 걸어서 그 커피집을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그날따라 손님은 거의 없고, 남자 주인은 어떤 분에게 안수 비슷한 것을 받고 있었습니다. 사제인 저로서는 그 순간 호기심이 발동해 조용히 그 상황을 좀 떨어진 식탁에서 가만히 보았습니다.

뭔가 다 끝났을 즈음, 주인장이 내게 주문을 받으러 왔기에 조심히 물었습니다. 오늘 무슨 특별한 일이 있느냐고. 그러자 주인장은 빙그레 웃으며 ‘방금 정화라는 것을 받았어요’ 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속으로 ‘뭣이, 정화라!’했고, 곧이어 주인은 다른 테이블에 있던 그 자매님을 불러 나에게 인사시키려 했습니다. 눈이 유난히 맑은, 하지만 예사롭지 않은 기가 있는 듯한 모습의 자매님이 수줍은 듯 왔고, 주인장은 그분을 인사시켜 줬습니다.

저는 제 소개도 없이, 대뜸 ‘정화라는 것이 뭐예요?’라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자매님은 낮고 작은 목소리로 ‘정화라는 것은 그냥 자신의 좋은 지향을 마음에 담아 타인에게 진심을 담은 축복을 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순간, 진심을 담은 축복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아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아 그분에게 ‘몸에 좋은 것은 양잿물도 마신다는데 제게도 그 정화라는 것 좀 해달라’고 간청했습니다.

그러자 그분은 자신은 가톨릭 신자라 하면서, 언제나 정화의 삶을 살아가는 신부님들에게는 정화가 필요 없을 것 같다며 극구 사양했습니다. 이에 저는 ‘성격이 별로 안 좋고 마음도 괴팍하고 요즘은 늘 쌈닭 같은 모난 삶을 살아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며 정화라는 것이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 반드시 정화를 받고 싶기에, 좀 전에 주인장에게 해 준 것만큼만 제게 해달라고 떼를 썼습니다.

그러자 자매님은 마지못해, 편안한 자세로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을 길게 하라고 제게 말했습니다.

저는 그분이 하라는 대로 눈을 감고 천천히 호흡을 하면서 큰 기대는 없이, 그래도 뭔가 좋은 마음으로 가만히 있었습니다. 천천히 호흡하면서 말입니다. 그분은 서서 길고 큰 호흡을 천천히 하시더니 제 머리에 손을 얹은 후, 한참 동안 있었습니다. 저도 그분의 호흡을 따라가면서 잠깐의 침묵 중에 엉겁결에 ‘정화’라는 것을 받게 됐습니다.

(다음 주에 계속)


강석진 신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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