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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적 삶으로의 초대Ⅱ] (46) 하느님 뜻과의 조화 (10)

내 안에 감춰진 씨앗 발견하자/ 잘하든 못하든 항상 은총 주시는 하느님 뜻 깨닫고, 마음속 아름다운 성전 지으며 영성적인 삶 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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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하나가 여기 있다. 색깔은 붉은색이다. 아주 잘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 벽돌은 그 자체로는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벽돌은 모여 쌓일 때, 그 의미를 드러내게 된다.

성당을 예로 들어보자. 하나의 성당은 수많은 벽돌로 구성된다. 작은 벽돌들이 모여 성당을 이룬다. 그런데 그 모이는 방식이 정교해야 한다. 벽돌을 아무렇게 쌓는다고 해서 저절로 성당이 되는 것이 아니다. 실력을 갖춘 기술자가 정성을 기울여 쌓아야 한다. 특히 모서리 등은 정교하게 잘라서 끼워 넣어야 한다. 그럴 때 벽돌 하나하나가 의미를 지닐 수 있다. 벽돌을 아무렇게나 쌓는다면 그 건물은 쉽게 무너진다.

영성적 삶을 성취해 나가는 작업도 마찬가지다. 우리 각자는 과거에 수많은 경험과 기억, 체험의 조각과 파편들을 갖고 있다. 이것들이 바로 벽돌들이다. 이러한 각자 과거의 사건들과 경험, 체험들을 어떻게 주님의 뜻에 맞게 해석하고 그 의미를 파악해 내는가가 중요하다. 그래야 ‘나의 아름다운 성전’이 완성된다.

초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 보자. 중고등학교 시절과 대학시절,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수많은 체험들을 떠올려 보자. 그 시간 안에서 우리는 수많은 기억의 파편들을 가지고 있다. 상처도 입었을 것이고, 큰 좌절을 맛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사건 안에는 감추어져 있는 씨앗이 있다. 여기서 씨앗은 새롭게 싹 틔울 가능성을 가진 영성적 깨달음을 말한다. 하느님의 은총은 무한대다. 우리가 하느님 뜻에 맞는 행동을 했을 때도 나름대로 많은 은총을 주시지만, 잘못을 했을 때도 수많은 은총의 비를 주신다. 하느님은 우리가 잘못된 행동을 통해서도 더 큰 삶의 의미를 깨닫도록 그 안에 씨앗을 심어 놓으셨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 감추어져 있는 씨앗을 보지 못한다. 잘못을 잘못으로만 생각한다. 하느님은 우리가 잘못 살 때조차도 그 안에 당신의 빛을 볼 수 있는 씨앗을 숨겨 놓으셨다. 그것을 찾아내야 한다.

이스라엘 백성의 노예생활은 단순히 하느님을 따르지 않은 잘못에 대한 징벌이 아니다. 노예생활의 고통 자체에도 하느님께서 감춘 씨앗이 있다. 유대인들이 그 씨앗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이집트 탈출이라는 해방의 의미를 발견해 내지 못했고, 결국 나라가 갈라지고, 바빌론 유배를 당하는 비련을 경험한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고통을 당할 때마다 조금씩 씨앗을 발견해 내곤 하지만 결국에는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갔다. 그 결과 씨앗은 묻히게 됐고, 결국에는 예수님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는 하나다. 감추어진 공명(하느님 뜻과의 조화)의 씨앗을 발견하는 법을 가르쳐 주시기 위함이다. 인간에게는 어마어마한 능력이 있다. 잘못과 실수를 하고 혹은 죄를 지어도 그 안에 하느님 은총이 넘친다. 그렇다고 해서 잘못을 저지르고 죄의식을 갖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감추어져 있는 은총의 신비를 발견하고 만끽하라는 의미다. 신앙생활, 영성생활은 나 자신에게 감추어져 있는 공명의 씨앗을 발견하는 생활이다. 이것을 찾아야 나를 세우고, 이웃을 세우고, 하느님 뜻을 구현할 수 있다.

여기서 좀 더 묵상해 볼 것은, 단순히 나 편하고, 내가 행복하기 위해 신앙생활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점이다. 이는 신앙생활의 3순위, 4순위 목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안에 감추어져 있는 씨앗을 발견해 내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파편화된 삶의 조각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하느님 뜻과 조화되지 않은, 통합적이지 못한 수많은 삶의 조각들을 가지고 있다. 이 분리된 벽돌들을 다시 정립하고, 쌓아야 한다.

그래서 진정 아름다운 성전을 만들어야 한다. 일반 건물은 있다가도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다니는 성당? 200년만 지나도 아마 헐고 다시 지어야 할 것이다. 또 지진이 일어나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몸 안에 벽돌을 아름답게 쌓아 만든 내적 성전은 영원이 없어지지 않는다. 진정 완전한 성전은 예수님이고, 진정 아름다운 성전은 인간이다. 이렇게 나의 성전과 이웃의 성전, 사회와 세상과 역사의 성전을 세우는 일, 그것이 바로 영성생활이다.

인간은 나약하고 부족한 존재다. 그래서 지난 삶 속에서 감추어진 빛과 감추어져 있는 씨앗을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하느님은 참 애매하고 모호한 분이다. 그 씨앗을 한꺼번에 활짝 꽃피게 하지 않으신다. 그럼 어떻게 하시는가? 내가 살살 잘 가꿔 가도록 하신다. 신비롭다.


정영식 신부 (수원교구 군자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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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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