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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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적 삶으로의 초대Ⅱ] (47) 하느님 뜻과의 조화 (11)

하느님이 준 가장 큰 선물/ 우리 안에 있는 ‘공명의 씨앗’ 틔우려면/ 하느님 손길에 자신을 오롯이 맡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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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무엇일까.

이 선물은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환경운동가들은 ‘생명’이라고 말할 것이고, 또 어떤 성경학자들은 ‘성경’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교부학자라면 ‘교부들의 말씀이 하느님의 큰 선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뭐니뭐니 해도 희망이 가장 큰 선물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밖에 진리, 사랑, 믿음 등을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자신 있게 말한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씨앗’이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하느님 뜻과 조화를 이루는 ‘공명의 씨앗’이다. 문제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이 씨앗이 과연 싹을 틔우는가, 틔우지 못하고 썩어버리는가에 있다. 이 씨앗이 빛을 발해야 나의 눈과 발, 손이 빛이 난다. 눈은 눈대로, 손은 손대로 각자 따로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인다면 이것이 바로 지난주에 말한바 있는 ‘분리된 벽돌’이다. 벽돌이 따로따로 놀아난다면 아름다운 성전을 만들 수 없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공명의 씨앗을 터뜨려 그 광채가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하느님의 뜻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공명의 삶을 살 수 있다. 사랑과 절제가 충돌하거나, 이권과 손해가 충돌하는 등 삶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모든 어려운 선택도 공명의 광채가 빛난다면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이러한 공명의 씨앗, 그 씨앗이 터질 때 나오는 광채는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 등 해외 성지순례를 가야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바로 우리 안에 있다. 하느님은 모든 인간 안에 공명의 씨앗을 담아 둘 ‘감실’을 만들어 놨다.

우리가 사랑하고, 하느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간단하다. 내가 공명(하느님 뜻과의 조화)의 씨앗을 드러내고, 이웃도 드러나게 해서 세상이 공명으로 넘치게 해야 한다. 내 안에 공명의 씨앗이 없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은 말을 하라. 절대로 그렇지 않다. 하느님은 실수를 하지 않으신다. 나도 찾고 이웃도 공명의 씨앗을 찾게 하는 것이 바로 하느님 나라 건설이고 복음화다. 세상을 공명으로 만들려면 내가 내 안에 있는 공명의 씨앗을 비추어 내야 한다. 눈과 입, 행동을 통해서 드러내야 한다. 더 나아가 다른 사람도 그 씨앗이 드러나게 해야 한다. 그렇게 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디디고 살아가는 이 형성의 장은 공명의 빛이 가득한 세상으로 바뀌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있다. 인간 대부분은 이러한 공명의 씨앗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시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흐릿하게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공명의 씨앗은 비명시적으로, 비초점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많이 오염되어 있다. 내 안에는 공해로 가득 차 있어서 공명의 씨앗이 그 어둠을 뚫고 나오기가 쉽지 않다. 육체에서 나오는 충동, 정신에서 나오는 열망의 에너지를 잘못 사용하고 있어서 좀처럼 마음이 맑아지지 않는다. 마음에서 나오는 갈망과 영감의 에너지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공해 제거 작업이 필요하다.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 그런데 이런 노력을 세상의 힘을 빌려서 한다면 무망해진다. 철학과 심리학 등을 총동원한다고 해도 공해 제거 작업이 좀처럼 쉽지 않다.

쉬운 해결책이 있다. 그 해결책은 신앙에 있다. 신앙은 믿고 맡기는 것이다. 어린 아기가 모든 것을 어머니께 의탁하고 그 품안에서 쉬듯, 우리는 그저 하느님의 손길에 나 자신을 맡기고 쉬면 된다.

이것이 맡김의 영성, 포기의 영성이다. 이 영성을 성취하는 그 시점에 바로 공명의 씨앗이 터져 나온다. 참! 여기서 주의할 점 하나! 맡기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몸과 정신과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공명의 씨앗이 터져 나오는 계기들을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일단 맡기기’다. 진정으로 맡기는 사람은 하느님의 능력에 힘입어 조금이라도 꼼지락 거리기 때문이다.

지금 많은 이들이 울고 있다. 세상 살아가는 걱정으로, 죄에 대한 무거운 짐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래서 공명의 씨앗을 틔우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걱정하지 말라. 인간이 잘못을 한다면 얼마나 잘못할 것인가. 인간은 하느님께서 용서하시지 못하는 엄청난 잘못을 할 능력도 없다. 용서 받지도 못할 그런 잘못을 할 능력이 과연 나에게 있을까? 없다. 우리는 과연 히틀러 이상으로 잘못 살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없다. 우리는 그저 씨앗을 바로 보고, 그 씨앗을 싹틔우기 위해 믿고 맡기기만 하면 된다.


정영식 신부 (수원교구 군자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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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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