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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89. ‘돌봄의 영성’ 사제 꿈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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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저는 사제 성소를 꿈꾸는 청년입니다. 오래 전부터 사제가 되기를 열망하였는데 막상 신학교를 가려고 하니 주위에서 다 말립니다. 신부가 되면 종북이 된다느니 혼자서 어떻게 평생을 살겠느냐는 등의 말을 합니다. 그런데 그런 말들보다 더 마음 아픈 것은 우리 사회에서 신부들이 할 일이 뭐가 있느냐고 빈정거리는 말들입니다. 저는 마음이 병든 사람들을 위하여 사목하고 싶은데 그런 일들은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지 남자들은 큰일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왠지 마음이 불편하기만 합니다.

답: 형제님의 고민이 이해가 갑니다. 앞으로의 인생을 한가지 목표를 설정하여 가려는 첫발을 디디는 시간이니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사제직은 형제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가장 중요한 일이 돌봄입니다. 양을 돌보는 목자와 같은 삶이 사제직인 것이지요.

사람들을 돌보는 일은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별 의미 없는 일이 아니라 사람들이 사는 사회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일입니다. 더욱이 우리 사회처럼 천민자본주의에 오염된 사회에서는 특히 더 필요한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경제적 불황을 겪은 이후 급격하게 사람들의 정서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옛말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쓴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이 계층 상관없이 위아래로 퍼져가고 있어서 사회적 분열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웃사랑은커녕 이웃을 등쳐먹는 일들이 빈번해서 마치 사회적 말기 현상을 보는 듯합니다.

이런 사회적 부조리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을 돈으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보는 사람들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돌보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마치 몸 안의 백혈구와 같은 역할을 해야 사회적 암 덩어리들이 힘을 잃게 됩니다. 즉 우리 사회에서 지금 가장 중요하고 큰 일은 사업을 거창하게 하거나 큰 돈을 벌거나 그럴듯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사람을 믿고 안심하고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가장 절실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사제들은 우리 사회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러니 주위 사람들의 속없는 말에 휘둘리지 마시고 신념을 지키시길 바랍니다.

또 다른 사람들을 돌보는 일은 형제님 자신에게도 유익합니다. 마이어 오프(Mayer Off) 라는 심리학자는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성장하기 위하여 나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은 내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든다. 돌보는 과정에서 이런 의미를 재창조해감으로써 내 인생은 단순함을 얻게 된다. 나에게서 돌보는 일에 부적절하거나 돌보는 일과 공존할 수 없는 많은 부분이 사라지면서 나는 내가 누구인지 그리고 나는 무엇을 위한 존재인지에 대하여 근본적인 명료함을 얻게 되었다. 나 자신을 실현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을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성장하도록 도움으로써 나 자신이 실현될 수 있다.”

사람을 돌보는 일이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정신적인 큰 소득을 안겨주는 것이란 말입니다. 실제로 문제아들의 경우 힘없는 분들을 돌보는 일을 하면서 정신적으로 철이든 아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사람들을 돌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명하게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형제님의 그런 초심을 잃지 마시고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마음을 쏟으셨으면 합니다.

주님께서는 베드로 사도에게 세 번이나 강조하셨습니다. “내 어린양들을 돌보아라”(요한 21 15). 돌봄이 얼마나 중요했으면 베드로에게 두 번 세 번 강조하신 것입니다.

형제님께 도움이 되는 말씀 몇 가지 더 추가합니다. “우리가 사람들을 돌보지 않을 때 우리는 존재를 상실한다. 보살핌은 존재를 되찾는 방법이다”(Rollo May). “삶의 수고가 조금이라도 덜어지도록 서로 노력하는 것 외에 우리가 사는 목적이 무엇이 있겠는가”(Mary Abance).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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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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