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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90.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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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본당 신자들 사이에서 세월호 유족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어떻게 자식을 잊겠느냐는 동정론과 일 년이나 지났으니 인제 그만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고 유족들에 대하여 말하는 내용도 각양각색입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로 유족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에 시달린다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병이 어떤 것인지 또 트라우마라는 것은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본당신부로서 교우들에게 유족들을 어떻게 생각하라고 해야 할지 신부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답: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은 쉽게 말하면 큰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심리적 외상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가 더 신경 써야 할 사람들은 배에서 살아나온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은 그 당시의 사고가 재연되는 악몽 속에서 살아야 하고 그로 인하여 물을 무서워하고 수면 장애에 시달리는 등 여러 가지 정신적 시달림을 당하며 살아야 합니다. 더 더욱 시간이 가면서 친구들은 죽었는데 자기들만 살아나왔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니 정말로 우리가 관심 갖고 신경을 써주어야 할 사람들은 생존 학생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유족들이 괜찮다는 것은 절대로 아닙니다. 유족들은 아이들과는 내용이 다른 심리적 힘겨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멀쩡하게 여행을 간 자식들이 부모가 보는 앞에서 차가운 바닷물에 수장되었으니 그 부모의 마음은 처참함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병을 앓다가 죽은 자식을 보는 부모의 마음도 애끓건만 멀쩡한 어린 자식의 죽음을 바로 앞에서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부모님들의 심정이 어떠하였을지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습니다.

부모는 죽은 자식을 두 번 묻는다고 합니다. 한번은 무덤에 또 한 번은 마음 안에…. 자식을 마음에 묻은 부모들은 평생을 그렇게 가슴앓이를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그렇게 치유되기 어려운 심각한 내적인 상처를 트라우마라고 하며 세월호 유족들은 그런 트라우마에 오랫동안 시달리면서 살아야 하는 안쓰럽고 힘겨운 분들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그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유족들과 아이들에게 잔인한 돌들이 던져지고 있다고 합니다. 왜 너희만 살아 나왔느냐는 비난의 말이 아이들에게 던져지고 있고 유족들에게는 자식들을 팔아서 보상을 받으려고 하느냐는 잔인한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의 인성을 가지지 못한 덜떨어진 사람들이 던지는 폭력이지요. 자기 자식이 죽었다면 절대로 하지 못할 말을 남의 집일인 양 함부로 입을 놀리는 행위는 정신적 살인행위 이상의 것입니다.

한동안 일부 종교인들이 아이들의 죽음이 하느님의 뜻이었다는 등 우리나라가 신의 뜻을 따르지 않아서 아이들이 희생을 당하였다는 등 함부로 주둥이를 놀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의 믿음을 신도들 앞에서 자랑하려고 한 말인데 그런 말들이 아이들이나 유족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 전혀 모르거나 아랑곳하지 않는 무뢰배들이지 종교인들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아이들이나 유족들에게 해주어야 하는 것은 침묵 속에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영혼이 평안한 안식을 누리기를 기도하고 부모님들 마음의 상처가 아물기를 기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은 유족들에게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저 기도해주고 같이 있어주는 것 그리고 내 자식이 그런 일을 당했으면 나는 어떠하였을까 생각하면서 마음을 같이 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신부님께서는 교우들에게 사회의 무뢰배들이 던지는 잔인한 말에 휘둘림당하지 말고 내 자식이 죽었으면 어떠하였을까 깊이깊이 생각하면서 침묵 기도를 부탁한다고 전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세월호에서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아야 했던 아이들의 영혼과 상처 입은 부모님들의 마음을 위해 기도합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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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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