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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91. 사제가 될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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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사제 생활을 하면서 가끔 내가 사제 생활을 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혹시 하느님이 실수로 뽑으신 것은 아닐까 하는 생뚱맞은 생각부터 신자들이 나를 알면 실망할 터인데 내 본모습이 드러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으로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습니다. 이런 고민을 이야기하면 그게 인간적이라고 위로를 해주는데 그래도 제 마음은 편치가 않습니다. 사제로서 살 각오가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격지심이 드는 것이 늘 제 마음을 편치 않게 합니다. 어떻게 해야 사제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 수 있을까요?

답: 신부님의 그런 고민은 신부님 혼자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생에서 나름의 성공을 한사람들은 누구나 그런 유사한 고민을 합니다. 저 사람들이 나에게 실제 이상의 기대를 하는데 만약 내 원래 모습이 드러나면 저들이 실망할 것이 분명할 터인데…. 나는 사실은 자격이 없는데 내가 주변 사람들을 속이고 기만해서 이 자리에 온 것이 아닐까 하는 등등의 불안한 생각들은 소위 인생에서 성공한 사람들이나 사람들에게 설교하고 설법하는 종교인들이 흔히 갖는 자격지심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인가? 어떤 이들은 종교인들이 가지는 겸손함에서 비롯된 마음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제삼자의 입장에서는 속 편하게 그리 생각해도 되지만 정작 본인들은 마음이 몹시 불편하니 겸손이 아니라 심리적 문제로 보는 것이 합당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해결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어떤 일을 추진할 때에 과감할 수가 없고 언젠가는 자신의 가면이 벗겨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자신이 지닌 능력마저 힘을 못 쓰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 때 그냥 그만두고 마는 극단적 선택도 할 수 있기에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입니다.

이런 마음이 드는 원인은 무엇인가? 첫 번째 이유는 사람의 마음에 대한 지나친 편견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누구나 상처와 콤플렉스로 너덜너덜한 상태입니다. 특히 어린 시절 성장 과정이 그리 원만치 않았던 사람들은 이런 현상이 더 심합니다. 그래서 허약한 생각이 늘 마음 안에서 떠오르는 것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자기 자신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으로 채찍질을 하는 것이 원인입니다. 결심하고 노력만 하면 자신이 완전해질 수 있다는 강박관념은 심리적으로 허약한 마음을 채찍질하여서 더 허약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고 그로 인하여 자격지심이 더 깊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완전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자기를 방어하기 위한 수단 최악의 상황에 닥쳤을 때에 심리적 충격을 완화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무의식적 사념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일컬어 가면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자신에 대하여 높은 기대를 걸었다가 굴러떨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그런 것에 대한 무의식적인 불안감이 큽니다. 그래서 실패하더라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난 원래 이런 놈이야 하는 생각을 만들어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자격지심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님께서 열두 제자를 뽑으신 대목을 묵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열두 제자는 완벽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주님의 제자임을 세 번이나 부인한 베드로 사도 자리에 대한 욕심을 부린 야고보 형제 주님이 잡혀가실 때 옷을 벗고 도망질을 한 요한 주님의 부활을 의심한 도마 주님을 팔아버린 유다 이스카리옷도 주님의 열두 제자 중 한 사람이었지요. 주님께서는 당대의 지식인이나 지성인들이 아닌 시골 동네에서 흔히 보는 서민들을 첫 제자로 뽑으시고 그들로 인하여 마음고생을 당하시는 것을 자처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떤 심리학자는 주님께서 인간의 열두 가지 콤플렉스를 보여주시려고 그런 제자들을 뽑으셨다고까지 하는데 어찌 되었건 제자들의 이런 면모는 역설적으로 자격지심에 시달리는 사제들에게 심리적 위안을 주니 자주 묵상하시기 바랍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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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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