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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95. 기도는 도피 기제가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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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청년들과의 대화 모임에서 제가 “우리나라를 위해서 기도하자”고 하였더니 한 청년이 “기도는 도피하는 사람 현장에 가기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하는 비겁한 방법이 아닌가요?” 하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말문이 막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말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오랫동안 기도 생활을 하여왔지만 그런 물음은 처음 받아보아서 당혹스럽습니다.

답: 기도가 자기 변명 혹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악용되기도 한다는 것은 이미 주님께서도 지적하신 바 있으십니다. 그리고 실제로 기도를 도피처 혹은 자기 변명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늘 기도가 그런 용도로만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기도하는 시간은 정국이 혼란할수록 더 필요한 것입니다. 요즘처럼 사회가 분노에 휩싸였을 때 기도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심리학자 짐바르도가 평범한 사람이 권력을 잡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해 실험을 하였습니다. 1971년에 사전 면접을 통하여 정신 건강이 정상인 미국 중산층 대학생 24명을 선정하여서 모의실험을 하였습니다. 이른바 스탠퍼드 실험이라고 하는데 24명이 동전 던지기를 하여 무작위로 교도관과 죄수 역할을 하는 사람을 뽑고 가급적 실제상황처럼 만들기 위해서 죄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은 집에서 체포되어 경찰서를 거쳐서 모의 교도소에 오게 하였습니다. 일반 교도소와 마찬가지로 엄격한 입소 과정을 통과한 후 모의 교도소에 수감한 것입니다. 그리고 죄수 번호를 주어서 이름을 부르지 못하게 하고 발목에는 사슬을 채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교도관 역할을 맡은 학생들 역시 군복을 입히고 선글라스를 끼게 하고 죄수들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통제권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충격적인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교도관 역할을 맡은 사람들이 죄수 역할을 맡은 학생들을 폭행하는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은 시간이 갈수록 강도가 더 심해져서 결국은 시작한 지 6일 만에 실험을 중단한 것입니다. 짐바르도는 인간은 아무리 선한 사람일지라도 악한 상황에 처하면 아무리 작더라도 권력을 휘두를 자리에 앉으면 악인으로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입증한 것입니다.

권력을 잡자마자 독재를 하는 이유 심지어 크건 작건 사회적 혹은 종교적 책임자가 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을 감시하고 정신적 폭력을 행사하는 작태를 저지르는 이유는 사람의 마음 안에는 누구나 지배 욕구 다른 사람들을 노예처럼 함부로 하고 싶은 욕구가 늘 숨어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 대하여 심하게 단죄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납니다. 누군가를 심하게 단죄하다 보면 무의식적 우월감을 가지게 되고 단죄를 하면서 그런 우월감이 주는 쾌감을 맛보기에 단죄의 강도가 더 높아지는 것입니다.

더 문제는 마음 안이 분노로 가득 차면 자신은 정의를 실현하는 사람처럼 여겨짐과 동시에 자신처럼 나서지 않는 사람들 기도만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단죄를 하게 됩니다. 비겁하다거나 혹은 도피주의자들이라고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것입니다.

마음 안이 분노로 가득하면 세상이 명료하게 보이는 것은 현명해져서인가? 그렇지않습니다. 세상을 좁게 이분법적으로 보는 병적인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화가 나면 속이 좁아지고 사람들을 내 편네 편으로 가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방으로 함부로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것입니다. (사람의 이런 약점을 수시로 이용하는 것이 바로 독재자들이지요.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통치자들은 이런 방법으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해왔습니다) 이런 병적인 현상을 막으려면 즉 마음을 진정하고 상황을 제대로 보려면 기도하는 시간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나와 다른 사람들이 제대로 보일 것입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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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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