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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298. 강박적 신앙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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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장 상담전화: 02-727-2516)

문: 저희 본당 교우 중 한 분이 강박증 때문에 고생하시다가 무슨 기도 모임을 다녀오시더니 너무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십니다. 매일 미사 참례는 기본이고 어떤 때는 하루 두 번 이상 미사 참례를 하고 하루에 세 번 고해성사를 보기도 합니다. 식사하러 가서도 제대로 먹지 않습니다. 더 문제는 다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고 슬그머니 뒷전으로 숨는 이상한 습관이 생긴 것입니다. 열심한 신앙생활을 하시는데 저는 왠지 그분의 그런 삶이 걱정스럽기만 합니다.

답: 신부님의 걱정은 당연한 것입니다. 얼핏 그분의 삶을 보면 성인의 삶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열심히 기도하면서 마치 고행 수도자처럼 사시니 말입니다. 그러나 정신의학에서는 사람이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할 정도로 자기만의 정신계에 묻혀 살면 일단 신경증적 증세라고 판단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분은 강박신경증 환자들이 갖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선 강박신경증을 가진 종교인들은 자기 과거를 자주 돌아보고 심하게 과거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을 갖습니다. 앞으로 살아갈 일보다 과거에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하여 보속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그래서 온종일 성당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기도하거나 혹은 자신의 몸을 혹사하는 유사고행을 하면서 죄를 보속하고자 합니다. 또 정확하게 자신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의식적으로라도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삽니다. 그래서 이미 지나간 일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날 때마다 고해소를 찾아와서 시시콜콜한 것까지 고백하고 용서를 구합니다. 그렇게 해야 영혼의 순결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분들이 갖는 또 하나의 특징은 대인 관계가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분들이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잘못하는 이유는 병적인 자의식 때문입니다. 강박증적인 분들은 늘 자신을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삽니다. 즉 자신을 정신적 나병 환자라고 생각해서 자신을 스스로 격리하려 합니다. 그리고 역으로 세속적인 사람들과 어울리면 자신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람들을 멀리하기도 합니다. 어쨌건 대인 관계를 제대로 못 하는 것이 문제인데 이렇게 대인 관계에 실패하면 정신적으로 더 심한 붕괴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강박신경증인 분들이 가장 힘겨워하는 대상은 자기 마음입니다. 이분들은 늘 자기 마음을 순수하고 순결한 상태로 유지하기를 바라는 비현실적인 바람을 가지고 삽니다. 그래서 자기 마음 안에서 올라오는 온갖 심리적 부유물들에 대하여 심한 거부감을 갖고 억압하거나 없애려고 합니다. 혹은 한심한 생각을 하는 자신을 처벌하는 자기 고문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이분들이 자기 마음을 깨끗이 하려고 하는 것을 두고 혹자는 칭찬하기도 합니다만 그런 시도는 사람이 자기 힘으로 바다를 깨끗이 청소하겠다고 하는 것과 같은 무모한 시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라서 그런 어이없는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정신분석학자인 알프레드 지글러 (ALFRED ZIEGLER)는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사람은 복합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항상 본능적 욕구와 영혼 사이에서 갈등한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이런 본질적 갈등을 감추려고 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약점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사람은 이런 자기 약점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그것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읽을 필요가 있다.” 자기 수용 자기 이해를 하라는 말입니다.

대개 강박신경증인 신앙인들은 하느님을 하늘 높이 올려버리고 그 앞에서 죄인처럼 자신을 고문하는 삶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병적인 신관과 신앙관을 가지고 사는 것입니다. 이분들은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강생의 의미 즉 주님께서는 하늘에서 뽑힌 자들만을 부르시는 분이 아니라 자신을 죄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자기학대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받아주시기 위해서 오신 분이라는 사실을 깊이 묵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상담을 원하시면 010-5032-7422로 ‘문자’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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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5-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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