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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88) 왜 시끄러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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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왜 시끄러울까요?
 오래전에 세례 받은 신자입니다. 이사를 자주 다녀 본당이 자주 바뀌게 됐는데, 참 이해가 안 가는 것은 다 같은 성당인데도 어떤 성당은 신자분들이 기도에 열심이고 조용한 데 반해 어떤 성당은 신자들 간에 갈등이 심하고 낯선 사람에게 아주 배타적이기도 합니다. 왜 이런 일들이 생기는 걸까요?

 
 
A. 성당은 신자들이 한 배를 타고 영적인 여정을 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말이 쉽지, 신자들 간에 화목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왜냐면 교회는 여러 가지 콤플렉스와 마음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모인 곳, 즉 모난돌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서로가 부딪치고 갈등을 겪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사람 마음 속에는 개 한 마리가 삽니다. 소위 `짖는 개`(barking dog)라고 하는 자아가 있습니다. 이 개는 낯선 사람을 보기만 하면 마치 동네 개들처럼 짖어댑니다. 그래서 성당들은 대부분 조용하기가 어렵습니다. 간혹 조용한 성당이 있는 것은 신자들이 부단한 영성수련을 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어떤 영성수련인가 하면 첫째, 다른 사람 단점을 보지 않는 수련입니다. 절대로 쉽지 않은 훈련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잘 보는 습성을 갖고 있어서 그 습성을 거슬러 산다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단점을 보지 않는 훈련을 한다면 신자들 간에 심각한 갈등을 막을 수 있고, 서로 의지하는 건강한 공동체를 이룰 수 있습니다.
 
 아주 시끄러운 본당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본당은 신자들 간에 반목이 심할 뿐만 아니라 처음 온 사람은 신부이건 신자이건 간에 배타적으로 대해서 신부들이 가기를 꺼리는 아주 악명 높은 본당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제 인사이동 때가 되면 주교님께서는 누구를 보내야 할지 아주 고민이 많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신부가 자기가 그곳에서 사목을 하겠노라고 자청을 하고 갔는데, 그 신부가 간지 3년 만에 본당이 아주 조용해졌답니다. 감동하신 주교님께서 비법을 물었습니다.
 
 그 신부는 "첫 해엔 누가 와서 다른 사람 험담을 하면 아예 귀를 막고 듣지 않으면서 한 해를 보냈고, 두 번째 해는 신자들 단점이 보여도 못 본체하고 소경처럼 살았고, 세 번째 해에는 신자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은 것을 이를 악물고 벙어리처럼 살았더니 조용해지더군요"라고 하더랍니다.
 
 두 번째 수련은 다른 사람 단점에 익숙해지는 수련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단점을 갖고 삽니다. 그런데 단점 중에는 노력해서 고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도 있습니다. 이럴 때 왜 고치지 않느냐고 화를 내봐야 잔소리 듣는 사람은 마음의 상처를 입을 뿐이고, 화를 내는 사람은 성격만 더 안 좋아질 뿐입니다. 이 때엔 상대방 단점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해야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떤 남편이 있었는데 코를 아주 심하게 고는 사람이었습니다. 같이 여행해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그 부인을 동정했습니다. "우리야 며칠 밤 자면 되지만 자매님은 어떻게 사십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 부인은 "처음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각방을 쓰자고 했는데, 막상 각방을 쓰니 너무 조용해서 잠이 안 오던데요"라고 하더랍니다. 남편 단점에 익숙해진 것입니다.
 
 세 번째는 영성훈련 대신 일종의 `처방`을 해드리겠습니다. 장거리 여행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랜 시간 동안 교통수단으로 이동하다 보면 평소에는 관심도 없는 일에 마음이 매달려서 문제를 일으키는 때가 있습니다. 예컨대 화장실을 누가 먼저 사용하느냐, 청소는 누가 더 하느냐, 버스 안에서 누가 더 편한 자리에 앉느냐 등등 사소한 일들을 갖고 얼굴을 붉히면서 언쟁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지쳐서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인생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생살이 자체가 장거리 여행 같아서 잘 쉬지도 먹지도 못하고 살다 보면 마음은 황량해지고 몸은 지칠대로 지쳐서 다른 사람의 사소한 단점에 민감해지고, 입에서 독설이 쏟아져 나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게 됩니다.
 
 특히 심신이 지치면 내재된 자아 중에서도 가장 유치하고 잔인한 자아가 극성을 부려서 갈등을 더 심하게 증폭시킵니다. 이런 때 가장 안 좋은 것은 정도가 심한 자아비난입니다. 지친 심신에 채찍질을 해대면 더 지쳐서 더 폭력적 상황이 전개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때는 무조건 쉬어야 합니다.
 
 몸이 아프면 링거를 맞고 푹 쉬듯이 마음 역시 지쳤을 때는 자기반성이나 자기비판을 할 일이 아니라 자기휴식을 해야 합니다. 즉, 나를 지치게 하는 환경을 잠시 잊을 수 있는 음악감상과 머리를 식히는 산보, 혹은 대화하기 좋은 사람과 만남 등을 가져야 합니다.
 
 또 조용한 성당에 그냥 가만히 앉아 성체조배 하면서 하느님의 따스한 손길을 느껴보는 방법들이 예민해진 마음의 긴장을 풀어주는 좋은 처방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면 조용한 성당이 될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1-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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