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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94)

Q. 신심이 깊은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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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심이 깊은 건가요?

   남편 때문에 고민입니다. 남편은 오랫동안 냉담했던 사람인데 어떤 기도 모임을 다녀오더니 완전히 바뀌어 지금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낮에 태양을 바라보면서 `태양 안에 성체가 안 보이느냐. 믿음이 있는 사람은 보인다`고 하지를 않나, 성당에서 성인상을 보고 오래 기도를 하면 성인상이 자기를 보고 웃는 것이 보인다는 등 이상한 소리를 합니다.

 더군다나 교회에서 신자들에게 방문하지 말라고 경고한 나주 율리아가 진정한 이 시대 성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밤마다 촛불을 켜고 기도하기에 "무슨 기도를 그렇게 열심히 하느냐"고 물었더니, 하느님께 치유의 은사를 청한다고 하더군요. 사람들 병을 고쳐주고 유명해지고 싶다고 합니다. 도대체 남편이 왜 이러는 걸까요? 문제가 무엇일까요?
 
 A. 남편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하셨겠습니다. 남편분의 문제는 여러 가지인 듯 합니다. 첫째는 지나친 신비주의입니다.

 종교는 초자연적 현상을 받아들이는 정신적 장입니다. 동시에 종교는 현실 안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알려주는 장이기도 합니다. 만약 종교적 행위가 현실을 떠난 초자연적인 것만 추구하게 된다면 즉, 지나치게 신비적인 것에만 집착한다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영적 손상`입니다.

 사람은 먹고 마시는 것에 대한 갈망 이상으로 하느님을 갈망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마음이 병적 상태에 있을 때는 스스로 거짓된 하느님 상을 만들고 그것에 자신을 맡깁니다. 일종의 우상숭배를 하는 것이지요. 마치 이스라엘 백성들이 금송아지를 만들고 그것에 경배를 한 것과 같습니다. 이런 것들은 영적 환상을 제공해주고 일시적으로 영적 갈망을 채워주기에 중독성이 강합니다. 그래서 교회가 경고해도 계속해 찾아가는 것입니다.

 복음서를 보면 주님께서도 이런 지나친 신비주의에 대해 경고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그날에 많은 사람이 나에게 `주님, 주님! 저희가 주님의 이름으로 예언을 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마귀를 쫓아내고, 주님의 이름으로 많은 기적을 일으키지 않았습니까?`하고 말할 것이다. 그때에 나는 그들에게, `나는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한다. 내게서 물러들 가라, 불법을 일삼는 자들아!`하고 선언할 것이다"(마태 7,22-23).

 자매님께서는 남편분에게 성경의 이 부분을 보라고 하시고, 건강한 신앙생활을 하려면 지나친 신비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알려주셔야 합니다. 사람들이 지나친 신비주의에 빠지는 두 번째 이유는 열등감 때문입니다.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인간의 모든 행위는 열등 콤플렉스에 대한 반응에 불과한데, 드러나는 방식은 아주 다양하다"고 했습니다. 열등감을 보상하기 위해서 어떤 사람들은 생산적인 반응을 보이고, 또 어떤 사람들은 전혀 결실이 없는 반응을 보이기도 합니다.

 지나친 신비주의는 열등감이 부정적으로 나타난 현상입니다. `나 아닌 나`, `될 수 없는 나`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불러온 현상입니다. 사람의 자아는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가 있습니다. 심리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이 두 자아 사이의 틈새가 별로 넓지 않습니다. 현실적 자아를 대부분 수용하기에 자기 자신에 대해 심각한 불만을 느끼지 않아 이상적 자아에 대한 기대 수준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문제가 많은 사람일수록 현실적 자아에 대한 불만이 높아 아예 무시해버리고 이상적 자아가 마치 자기 자신인 양 행세하는 병적 행태를 보입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신비주의적 신앙생활을 하려고 하고, 심지어 광신도 같은 모습도 보이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분열형 인격장애`가 아닌지 알아보셔야 합니다.

 분열형 인격장애를 가진 분의 특징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신심취 혹은 천리안, 정신감응, 육감과 관련된 마술적 사고 또는 모든 일을 전부 자신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것, 가까운 친구나 절친한 벗이 없는 것과 같은 사회적 고립,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힘이나 사람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갖고 있습니다.

 또 몸과 마음이 따로인 듯한 느낌, 지나친 비현실감, 상식적이 아닌 이상한 의사소통, 편집성 사고, 다른 사람들을 대면할 때 보여주는 지나친 냉담함과 불충분한 감정 소통, 지나친 사회적 불안성 등 이런 특징을 가진 사람들은 얼핏 보면 열심인 신앙인 모습이어서 주위에서 그 사람의 정신적 문제를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어쨌건 남편분이 지나치게 신비주의적 신앙생활을 하려고 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것이 아닙니다. 가능하시면 성당에서 다른 교우분들과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봉사단체에서 활동하게 하시고, 증세가 심하다 싶으면 전문의 진단을 받으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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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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