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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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쩌나?] (98) 불만이 많은 아내 어찌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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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사십대 초반 부부입니다. 남들 보기에는 비교적 금실이 좋다고 하고, 저도 아내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갖고 삽니다. 그런데 제 아내는 딱 한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일을 잘하면서도 입에 불만을 달고 살아서 일한 보람도 없이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제가 뭐라고 충고를 해주고 싶어도 아내가 불만스러워하는 대상 중 하나가 저이기에 뭐라 말도 못합니다. 어떡하면 좋을까요?
 
 

A. 인생을 살다 보면 속상한 일을 만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사람 때문에, 혹은 일 때문에 마음 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요. 그런데 그런 속상한 일을 만날 때마다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누구 때문에 내가 이렇게 속상하다고 불만을 품고 불평을 하는 것입니다.
 
 실제 상담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남편을 잘못 만나서, 시부모를 잘못 만나서, 자식이 말을 안 들어서 등등 자신의 속상함은 전적으로 외부 대상이 원인이라는 것들입니다. 물론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은 사람 마음이 여리고 힘들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지나치게 외부에서 원인을 찾으려는 경향은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기에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우리는 속상한 일을 만나면 그 원인이 자기 때문이 아니라 외부 사람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하는 것일까요?
 
 첫째는 문제의 원인이 다른 사람에게 있어서 외부환경을 바꾸기가 훨씬 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다. 그래서 남편이 조금만 달라진다면, 자식이 조금만 달라진다면, 직장 상사가 조금만 변화된다면 하면서 입에 조금만을 달고 살다가 죽는 것입니다.
 
 둘째 이유는 `무의식적 두려움` 때문입니다. 사람이 자기 마음을 본다는 것은 어두컴컴한 동굴을 들어가는 것 이상으로 두려운 일입니다. 자기 안으로 들어가서 어떤 것과 마주칠지 모르기에 차라리 자신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비난의 화살을 다른 사람들에게 돌리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셋째 이유는 무력감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을 때는 누구나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집니다. 이런 경우, 차라리 바깥쪽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함으로써 무기력감에 빠지려는 자기를 보호하려 합니다.
 
 넷째는 문제의 원인을 자신 안에서 찾기보다는 외부에서 찾는 것이 시간상 빠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엉킨 실타래에서 실 끝을 찾는 것과 같이 더디고 지루한 자기탐색을 하려 하지 않고 `저놈이 나쁜 놈`, `저 사람이 문제의 원인`이라고 단정적으로 낙인을 찍어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내적 태도는 우리가 자신을 들여다보기보다 내가 처한 환경이나 다른 사람에게 비난의 눈길이 가게 합니다. 원인 제공자를 변화시키려고 하는 필요 이상의 노력을 하게 합니다. 그러나 결과는 그리 좋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황을 개선하기보다 더 어렵게 만들거나 마음의 고통을 가중시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심리적 고통에 대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심리적 고통을 없애버리거나 벗어나야하는 부정적인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심리적 고통은 반드시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자신의 내면을 돌보라는 신호이자 변화를 요구하는 내면의 소리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속상할 때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서 미사 때마다 `내 탓이오`를 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내 탓이오는 자기 자신을 탓하라는 말은 아닙니다. 그런 마음으로 내 탓이오를 하면 온갖 신경증적 질병(종교적 우울증과 불안증, 완전 강박증, 세심증 등)에 시달리게 됩니다. 내 탓이오는 심리적 자기 이해를 하라는 것입니다.
 
 자신과 연관된 모든 것을 다 드러내고 함께 탐색함으로써 좀 더 깊은 자기 이해에 도달하라는 뜻입니다. 이런 자기 이해는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심리적 고통의 원인을 명확하게 볼 수 있게 해주고 그 원인을 변화시킴으로써 자신을 새롭게 체험케 해줍니다. 만약 우리가 심리적 고통을 전혀 받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속상함은 없을지 몰라도 다른 문제들, 무력감이나 권태감 등에 시달리고, 심리적 비만에 걸려서 추하게 늙어가게 됩니다. 심리적 고통은 지나치지 않는 범위에서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이렇게 설명해도 자기 자신을 보지 못하는 분들은 내적 문제가 있는 분들입니다.
 
 자기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분들, 다시 말해 자기 비난이 심한 분들, 소위 심리적 자해행위가 심한 분들도 그런 경우에 속합니다. 이런 분들은 깊은 상처를 치유하지 않고 오랫동안 끌어안고 살아온 분들이라 누가 그것을 건드리려 하면 기겁을 하고 거부하거나 상대방을 정도 이상으로 공격해 상대방을 당혹하게 만듭니다. 만약 그런 상태라면 전문가에게 상담치료를 받아야 할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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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1-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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