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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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25〉세상 속의 교회 (2)무엇이 교회를 교회답게 할까?

참된 인간화·사회화를 봉헌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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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회칙에서 본 교회의 역할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사회를 인간다운 발전으로 이끄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교회는 그리스도와 일치해야 하고, 또한 사회와도 일치해야 한다. 이것이 교회의 투신이다. 예로부터 교회는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이들과 일치하기 위하여 교회의 `남은 것` 뿐만 아니라 `요긴한 것`을 가지고도 나누었다. 먹을 것과 입을 것과 잘 것이 없어서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있는데 교회가 하느님께 드리는 경신례(敬神禮)를 위해서 값비싼 장식을 마련한다든가, 화려한 성전(聖殿)을 짓는다든가 하는 일은 교회의 신앙이 아니다. 소유의 노예가 된 세상 사람들에게 존재의 복음을 가르쳐 주어야 할 교회가 더 소유하기 위하여 애를 쓴다면 이는 교회의 길을 벗어나는 일이다. 교회의 발전은 소유가 아니라 존재에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수의 소유가 다수의 존재, 즉 인간됨을 손상시키는 사회 현실에서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교황 요한 바오로 2세 회칙 「사회적 관심」 31항)

 #백성을 하느님처럼 섬기는 지도자

 지난 호에 이어서, 사목의 내용과 성격을 살펴보자.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하느님 마음에 드는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하느님을 섬기듯 백성을 섬기는 이들이었다. 모세가 그랬으며, 다윗과 솔로몬이 그랬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지도자의 전형을 볼 수 있다.

 복음에서 예수님은 당대에 사람 축에 끼지도 못할 사람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셨으며, 제자들을 벗으로 삼으셨다. 그분에게서는 신분이나 인종에 의한 차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하느님께 대한 순종을 보잘것없는 이들에 대한 섬김으로 드러내셨다. 그분은 사람을 지도하는 일만 하신 것이 아니라 차별 없이 모두와 동행하셨다.

 특히 약하고 힘없는 이웃을 당신과 동일시하셨으며, 그들을 섬기는 것이 곧 당신을 따르는 길임을 분명히 밝히셨다. 사목이란 그런 것이다.

 그리고 사제직은 이 세상을 거룩한 제물로 만들어 하느님께 봉헌하는 직무를 의미한다. 그것은 세상 사물 질서 안에 하느님 정의와 사랑을 심어 그 열매를 맺음으로써 이 세상을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불완전한 이 세상에서 하느님 이름을 거룩히 빛내며, 하느님 나라를 세우며, 하느님 뜻을 이룸으로써, 이 세상을 하느님께 거룩한 제물로 봉헌하는 것이다.

 경신례는 중요하다. 그러나 겉치레뿐인 예배는 위험하다. 마음을 다해 정성껏 바치는 제사는 중요하다. 그러나 마음뿐인 제사는 위험하다. 삶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음이나 겉치레뿐인 경신례는 부정과 불의의 죄를 면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같은 위험은 얼마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것이 침략전쟁이든 정당방위전쟁이든 종교적 예식을 치르고 나서 얼마나 많은 살육의 전쟁이 있었던가!

 필자는 예비신자 교리시간에 "만일 우리가 월화수목금토요일에는 온갖 불의와 부정을 저질러놓고, 주일에 두 눈 감고 두 손 모아 경건하게 미사에 참례한다면, 하느님께서 우리가 봉헌하는 이 미사성제를 어여삐 받아들이실까요?"하고 묻는다. 아직 "그렇습니다"하고 답하는 예비신자를 만난 적이 없다.
 
 #아버지의 뜻이 땅에서 이루어지도록

 우리는 `신앙 따로 생활 따로` 현상을 흔히 볼 수 있다.

 얼마 전 총선이 있었다. 꽤 많은 그리스도인 후보자가 출마했다. 그 후보자들은 저마다 교회를 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하느님 뜻과 교회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고, 신앙 감각으로 정치 분야에서 활동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우리 현실에서는 난망하다.

 반대로 그리스도인 유권자가 하느님 뜻을 실현할 정치인에게 투표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 역시 무리다. 신앙과 정치를 철저하게 분리하기 때문이다. 주님의 기도의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 이루어지게 하소서"는 철저하게 빈말에 불과하다. 실제 그렇다면 이는 알맹이 없는 신앙, 껍데기뿐인 신앙일 뿐이다.

 교회라는 건물 안에서 행하는 경신례가 겉치레에 불과하지 않으려면, 땅에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땀 흘려 헌신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경제생활과 정치생활, 문화생활, 국제관계 따위에서 참된 인간화와 참된 사회화를 이루려는 노력으로 거둔 결실을 경신례 제대 위에 봉헌물로 바쳐야 한다.

 이때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삶을 그리스도와 함께 제물로 기꺼이 받아주시고 축복하실 것이다. 세상을 거룩하게 하여 하느님께 봉헌하는 사제직은 그런 것이다.
 교회는 세상 한가운데서 예언직과 사목직과 사제직을 수행할 임무가 있으며, 이 임무의 수행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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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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