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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81> 핵무기와 핵발전은 교회의 길이 아니다(6)

사회, 정치적 애덕 수용 않는 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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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렇다면 `사회적 정치적 애덕`에 대해서는 어떨까? 필자가 여러 다른 자리에서 사람들에게 "교회는 사랑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애덕을 강조합니다" 하고 말하면 대부분 처음 듣는다는 표정이다.
 
 #근본적 모순 바로잡는 사랑 필요

 예전보다 더욱 복잡해진 세상 속에 평화를 구축하는 데 이바지하려면, 개별 행동을 재촉하는 사랑의 역할만을 강조할 수 없다. 현대 세계의 문제들에 새롭게 접근하는 방식을 가르쳐 줄 수 있고, 사회 구조들과 사회 조직, 법적 체계들을 내부로부터 쇄신할 수 있는 사랑의 힘을 보여주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사랑은 사회적 정치적 애덕이라는 특징적인 형태를 띤다(「간추린 사회교리」 207항 참조).

 이 사회적 정치적 애덕은 상황에 따라 사회의 중개(仲介)를 활용해 이웃의 삶을 개선하고 이웃의 가난을 초래하는 사회적 요인들을 제거하는 것이며, 이웃이 가난에 빠지지 않도록 사회를 구성하고 조직하고자 애쓰는 사랑의 행위로써 반드시 필요하다(208항).

 하지만 핵발전은 이 사회적 정치적 애덕을 거부한다. 핵발전은 그 자체로 에너지 생산과 공급이라는 관점에서 이웃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가난을 초래하는 사회적 요인을 제거하는 `사회적 중개`라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핵발전 단계만, 그것도 일면만 부각한 것에 불과하다.

 핵발전은 핵발전 전단계(核發電 前段階)와 핵발전 단계, 핵발전 후단계, 곧 핵발전의 전 과정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우리의 경우 핵발전 단계만 부각해 그 안정성, 환경성, 경제성을 강조한다. 게다가 미국의 스리마일, 구소련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 등 몇 차례의 핵사고에서 그 위험성과 반환경성, 비경제성이 드러났음에도 말이다.

 핵발전의 모든 과정을 고려하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경제성과 안전성에 관련해서 핵관련 당국이나 산업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오히려 이 모든 단계를 고려하면 핵발전은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거의 영구적으로 남기며, 가장 비싸며, 가장 위험한 발전 기술일 뿐이다.
 
 #이웃과 미래세대의 고통을 담보로 한 핵발전

 더욱이 핵발전은 `이웃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가난을 초래하는 사회적 요인`을 양산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자국에서 핵산업을 사양산업으로 분류하고, 대신 한시적 수출산업으로만 여기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핵산업이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만 하지만 벗어버릴 수 없는 너무나 무겁고 위험한 짐을 떠넘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아무리 현 세대의 사회적 정치적 애덕의 행위라고 하더라도 미래 세대에 벗어날 수 없는 짐과 고통까지 정당화할 수는 없다. 아무리 의도가 옳다고 하더라도 불의한 결과까지 용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성상 정부나 거대 자본이 담당할 수밖에 없는 대용량의 중앙 집중형 에너지 생산방식인 핵발전이 그 자체로 이웃의 삶을 개선하는 데 선용된다는 것도 의심스럽다. 오히려 절대 다수의 시민을 철저하게 수동적 소비자로 머물게 함으로써 다른 차원의 약자로 전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핵발전 방식이 `에너지 민주주의`에 반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여름과 한겨울이 되면 시민들에게 정전을 이야기하며 불안하게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에너지 절약을 강조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시민으로 하여금 에너지소비를 촉진하고, 과소비에 익숙해지자 다시 전력공급의 한계를 이유로 불안감과 불편함을 강요하는 형국이다. 핵발전과 핵기술이 시민에게 주인 행세를 하는 셈이다.

 정부와 소수 전문가, 핵관련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국가주의에 의지하는 일부 정치인들이 은밀히 일방적으로 유지 확대하려는 핵산업(핵발전과 핵무기)은 그 자체로 `진리`와 `자유`, `정의`와 `사랑`(사회적 정치적 애덕)이라는 사회생활의 근본 가치를 제대로 수용할 수 없는 구조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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