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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호 신부의 생생 사회교리] <16> 사회복지와 교회의 가르침(2)

보편복지, 역선택 모순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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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번에 보편복지 주장과 선별복지 주장은 각기 나름대로 장단점을 갖고 있으며, 그 때문에 건전한 토론과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선별복지와 보편복지

 복지정책은 다음 네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누구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그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가, 마지막으로 그 정책실현을 위한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이다.

 우리 언론은 주로 네 번째 요소, 즉 재원마련 대책도 없이 즉흥적 선심성 복지공약을 남발한다고 비판한다. 시민들 대부분이 이에 공감한다. 그러나 시민 사이에 혹은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 사이에 소모적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있다.

 첫째, 선별복지를 보수의 시각으로, 보편복지를 진보의 시각으로 단순하게 대립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복지를 인권의 사회권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것처럼 사회복지 역사는 보편복지로 발전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선별복지를 외면할 수 없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예를 들어, 4대 보험ㆍ초중학생 무상교육ㆍ65살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료이용 같은 경우는 보편복지 성격을 갖는 정책이다. 만일 보편복지가 진보주의의 주장이라고 가정하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보수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미 실행하고 있는 보편복지 정책부터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맞다. 마찬가지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관점에 따라 선별복지정책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진보주의자는 거의 만나보기 어렵다.

 둘째, 선별복지를 주장하는 이들이 보편복지를 비판하면서 많이 내세우는 것 가운데 `도덕적 해이`를 들 수 있다. 의료비 부담이 적다고 불필요하게 병원을 찾음으로써, 국민건강보험공단 재정을 악화시킨다고 비난한다. 혹은 일은 하지 않거나, 힘든 일은 피하는 사람들까지 사회가 책임져야 하느냐고 비판한다. 이는 극복해야 할 일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이것만이 도덕적 해이라 할 수는 없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의무

 내용은 회자하면서도 용어는 낯선 `역선택`이란 것이 있다. 국민의료보험을 강제하지 않는 임의가입으로 하고 민간보험회사에서 의료보험상품을 판매한다고 가정해보자.

 이 민간보험회사는 사회 통계상 평균 질병률에 기초해서 보험료를 부과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평균 질병률보다 낮은 질병률을 가진 젊은층과 건강한 층의 상당수는 보험료가 높다고 생각해 탈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지균형 차원에서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보험적용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평균 질병률보다 낮은 질병률을 가진 가입자가 탈퇴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다. 결국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저소득 계층만 남게 된다.

 결과적으로 보험료의 급격한 인상과 의료서비스 축소가 불가피하고 공익 차원의 의료보험제도는 유지될 수 없다. 이러한 것을 역선택이라 하는데, 강제가입으로써 이 문제를 방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도덕적 해이의 비판을 받으면서도 전 국민 의무가입과 당연 지정제를 축으로 국민건강보험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불필요한 낭비가 가져오는 피해보다, 역선택이 가져오는 피해가 훨씬 치명적일 수 있어서다. 쉽게 말하면 불필요한 서비스 과잉으로 축나는 재정보다 강제가입하지 않을 경우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으려는 이들이 차지하는 손실 부분이 훨씬 클 수 있다는 뜻이다.

 고위공직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메뉴 가운데 하나가 국민건강보험료 미납인 이유도 바로 이 역선택의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고액 소득자는 평소 건강관리를 잘하고 생활환경이 비교적 쾌적하기에 질병에 걸릴 확률이 낮은 편이다. 그런데 의료서비스를 받지 않으면서 꼬박꼬박 고액 보험료를, 그것도 되돌려 받지도 못할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이 마뜩잖을 것이다.

 게다가 이들은 자신들이 낸 보험료를 갖고 보험료를 내지 않거나 조금 낸 저소득층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역시 아깝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가 공동체 의식이나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있지 않으면 역선택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매우 높다.

 역선택의 결과에 대해 설명해 줄 성경 구절이 있다.
 "어떤 부자가 있었는데, 그는 자주색 옷과 고운 아마포 옷을 입고 날마다 즐겁고 호화롭게 살았다. 그의 집 대문 앞에는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가 종기투성이 몸으로 누워 있었다. 그는 부자의 식탁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배를 채우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개들까지 와서 그의 종기를 핥곤 하였다"(루카 16,19-21).

 보편복지와 선별복지 주장 사이의 건전한 토론을 위해서는 바로 낭비적 요소와 함께 역선택의 문제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2-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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