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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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34) 다시 읽는 주님의 기도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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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산상설교의 중심에 위치한 ‘주님의 기도’에서 예수님은 먼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라고 기도하신다. 즉 하느님이 당신의 이름을 거룩하게 드러내시도록 간구하신다.

그런데 우리는 신약의 산에서의 예수님과 하느님의 이름과의 연관성에서 구약의 산, 곧 시나이 산에서의 모세와 하느님 이름의 계시를 회상한다. 하느님은 당신의 이름을 묻는 모세에게 불타는 떨기나무 속에서 “나는 있는 나다.”라고 대답하시고, “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있는 나’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여라.”고 말씀하신다(탈출 3,14). 하느님은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의 신음 소리를 들으시고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과 맺으신 당신의 계약을 기억하셨다(탈출 2,24). 하느님은 모세에게 여러 번에 걸쳐 “나는 너희와 함께 있을 것이다”, “나는 너희를 이집트 종살이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다”라고 말씀하신다(탈출 3,8.10.12.17 6,6-8 참조). 따라서 “나는 있는 나다”라는 하느님의 이름은 “나는 너희와 함께 현존할 것이다”, “나는 너희를 해방시킬 것이다”, “나는 너희와의 계약에 충실할 것이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곧 하느님의 이름은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의 외침을 듣고 그들의 비참함을 보기 위하여 하느님이 현존하신다는 의미이다.

하느님은 억압받는 이들의 고통에 함께 아파하시는 분이시다. 하느님은 가난한 이들에게 자비로우시고 그들을 해방하신다는 의미에서뿐 아니라 그분은 그들을 해방할 권능을 가지셨다는 의미에서 그분의 이름은 거룩하다. “‘이리 가까이 오지 마라. 네가 서 있는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어라.’ …그러자 모세는 하느님을 뵙기가 두려워 얼굴을 가렸다.”(탈출 3,5-6)

하느님이 당신의 약속을 지키시고 이스라엘 백성을 이집트 종살이에서 해방시킨 후 모세는 시나이 산에서 율법을 선물로 받는다(탈출 19,3 이하). 하느님은 십계명을 주시면서 “나는 너를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낸 주 너의 하느님이다.”(탈출 20,2)라고 말씀하신다. 여기서도 해방 위한 하느님의 현존이 드러난다.

이와 같이 하느님이 당신 이름을 계시하시는 산으로 모세가 올라갔듯이 예수님은 새로운 모세로서 새로운 산 위로 올라가신다. 모세뿐 아니라 예수님의 하느님은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자이시고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위해 정의로우신 분이시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처럼, 하느님이 우리의 외침을 들으시고, 우리의 고통을 보시며, 우리를 해방해주시기 위해 현존하시도록 기도한다.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라고 기도하는 것은 우리와 다른 모든 존재가 있는 그대로의 하느님을 알아 모시도록 간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고, 모든 피조물이 그분을 찬미하도록 우리가 생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약성경은 창조 세계가 그분을 찬양함으로써 하느님의 이름을 거룩하게 한다고 말한다. “주님, 당신의 모든 조물이 당신을 찬송하고 당신께 충실한 이들이 당신을 찬미합니다.”(시편 145,10) 모든 피조물이 본래의 자신이 되고 하느님이 주신 창조 세계 안에서의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하느님께 영광을 드린다. 만일 인간이 하느님의 뜻대로 살지 않으면 그분의 이름을 더럽혀드리는 것이다.

즉 인간은 모든 창조 세계가 하느님 이름을 찬양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그분의 이름을 불명예스럽게 한다. “나의 거룩함이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 드러나도록, 너희는 나의 거룩한 이름을 더럽혀서는 안 된다. 나는 너희를 거룩하게 하는 주님이다.”(레위 22,32) “주님, 당신의 모든 조물이 당신을 찬송하고 당신께 충실한 이들이 당신을 찬미합니다.”(시편 145,10)

인간의 비 생태학적인 행동으로 하느님의 이름이 더렵혀진다. 하느님의 이름을 영광스럽게 하는 것은 그분을 사랑하는 것이고, 그것은 그분이 만드신 모든 창조 세계를 사랑하는 것이다. “주 저희의 주님 온 땅에 당신 이름, 이 얼마나 존엄하십니까!”(시편 8,2.10)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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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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