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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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준 박사의 구약성경과 신들] (8) 아브라함도 알고 있던 달신 숭배

달신 관련된 인명과 지명이 성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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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전 7세기께 신바빌론 제국은 신아시리아 제국을 누르고 고대 근동의 패권을 잡고 새로운 왕권 신학을 세웠다. 이후 바빌론의 주신이 된 `마르둑`은 왕권의 상징이 됐다. 마르둑은 본래 하위신 무리인 `이구구`에 속했지만, 새 시대가 열리자 모든 신의 주인이자 창조신으로 등극했다.

 신바빌론 제국 말기 `나부-나이드`라는 임금이 있었다. 그는 이른바 `개혁파`를 이끌었다. 그는 제국의 종교와 사상을 바꾸기 위해 오랫동안 지하에서 숨죽이며 유지되던 달신 숭배를 부활시키는 것이었다. `달신 숭배의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이다. 그는 부패한 보수파 마르둑 종교를 버리고 고대 왕권 전승, 달신 숭배를 부활시켜 제국을 개혁하고자 했다. 하지만 당대 정통파이자 보수파였던 마르둑 사제들은 분노했다. 그들은 나부-나이드 재임 기간에 그의 행위를 마르둑이 심판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뒤를 이은 벨사차르는 부왕의 달신 정책을 충실히 계승했다. 그 결과 제국은 더욱 분열되고 약화했다. 페르시아의 키루스가 기원전 539년 바빌론으로 진격해 왔을 때, 정통 보수파였던 마르둑 사제들은 놀랍게도 외적 페르시아 군대를 도왔다. 페르시아의 키루스는 영리하게도 자신을 마르둑이 정의와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선택한 구원자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이로써 나부-나이드의 개혁도, 마르둑 사제들의 나라 신바빌론 제국도 점점 사라지고 곧 페르시아 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바빌론 제국에 포로로 끌려온 이스라엘인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달신 숭배
 고대 근동은 하나의 큰 세계였다. 동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하늘신이 최고신이었지만, 서부에서는 그저 장소로 쓰였다. 달신도 마찬가지다. 동부에서 달신은 왕권의 상징이요, 오랜 세월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지만, 북서셈어 지역에서는 그저 `신들`중 하나였다. 하지만 북서셈어 지역에서 달신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고대 근동에서는 이름에 자신이 믿는 신의 이름을 넣었다. `신적 요소`를 지닌 이름은 이스라엘에서도 흔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에는 `~야`로 끝나는 이름이 많은데 이 이름은 야훼 하느님께 귀의했다는 뜻이다. 그 이름에는 이사야, 예레미야, 요시야, 히즈키야 등이 있다. `하느님`을 뜻하는 `~엘`로 끝나는 이름도 많다. 에제키엘, 하나니엘, 미카엘, 이스라엘, 임마누엘 등이다. 이처럼 고대 근동의 인명을 분류하면 당시 사람들이 믿던 신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밤하늘의 달을 히브리어로 `야레아흐`라고 한다. 우가릿어로 달신은 `야리후`였다. 이처럼 두 말의 발음은 비슷하다. 이 단어의 어근은 `일정한 길을 가다`는 뜻으로, 달의 규칙적 변화와 궤도를 지칭한다. 같은 어근에서 파생된 낱말로 시간을 가리킬 수도 있었다. 곧 일 년의 열두 달을 가리킬 때는 모음을 변형시켜 `예라흐`라 했다. 우리말도 밤하늘의 `달`과 일 년 열두 달의 `달`이 같은 낱말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달신 숭배의 중심지는 우르(수메르의 도시국가)와 하란(메소포타미아 지역 문화ㆍ상업 도시)이었다. 우르는 수메르 시대부터 달신 숭배의 중심지로 이름 높았고, 후대에는 하란이 우세했다. 이스라엘 백성의 큰할아버지이자 그리스도교인 `믿음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바로 우르 출신이다.

 #고대 이스라엘인과 달신
 그가 나이 일흔다섯에 하느님의 명령에 따라 가나안 땅으로 떠난 이야기는 `순명의 모범`으로 널리 알려졌다.(창세 12,1-9 참조) 그런데 그는 길을 가던 도중 하필 하란에 이르러 꽤 오랫동안 `자리 잡고` 살았다. 이는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아브라함이 우르를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주님의 명령으로 움직인 것이다.

 고대 근동 세계에 널리 퍼졌던 달신 숭배는 고대 이스라엘의 시작부터 간접적이면서 아주 깊숙이 관여했다. 고대 이스라엘인의 인명 가운데 달신숭배가 간접적 또는 정황적으로 관련된 것이 있다. 노아의 자손들 족보에 등장하는 `예라`(창세 10,26; 1역대 1,20)와 가드 지파의 자손인 `야로아`(1역대 5,14), 벤야민 지파의 며느리 `호데스`(1역대 8,9) 등은 달신과 관련 있는 이름이다. 이들은 이민족이 아니라 모두 이스라엘 민족에 속한 사람들이다. 앞서 신 이름을 사람 이름에 넣는 문화를 보았다. 그러므로 이런 이름을 쓰는 이스라엘인이 있었다는 사실은 달신 숭배 문화가 제법 널리 퍼져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달신과 관련된 지명도 있다. 이집트에서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큰 승리를 거둔 도시 `예리코`(여호 2-6)의 이름은 `그의 달`이란 뜻이다. 이 도시도 원래 달신을 섬기던 곳으로 짐작된다. 이스라엘 백성이 십계명을 받은 시나이 산도 달신과 관련된 장소다. 이 산의 이름과 의미에 대해 유력한 가설에 따르면 `시나이`는 `나의 신`(Sin-ai)이라는 뜻으로, 본디 달신을 모시던 의례와 관련 있는 산이라고 한다.

 구약성경이 달신 숭배와 직간접적으로 관련 맺은 사실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고대 근동 세계는 구약성경의 배경이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물론, 이스라엘과 가까운 시리아와 팔레스티나 지역에서도 달신은 대중에게 인기가 높았다. 고대 근동에서 달신 숭배와 관련된 초하루나 보름 같은 날들은 일반적으로 중요한 절기로 취급됐다. 고대 이스라엘도 이웃 민족의 이 같은 관습을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시편은 `우리의 축제 날`인 초승과 보름에 기뻐하며 나팔을 불라고 권한다.

정리=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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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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