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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36) 다시 읽는 주님의 기도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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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하느님 아버지는 하늘에 계시고, 예수님은 이 땅에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라고 기도하신다.

예수님은 하늘의 하느님이 누구이신지, 하늘에서 이루어지는 그분의 뜻이 무엇인지를 이 땅 위에서 계시하신다. 예수님은 하느님을 “아버지, 하늘과 땅의 주님”(마태 11,25)이라고 부르신다. 그리고 “나의 아버지께서는 모든 것을 나에게 넘겨주셨다. 그래서 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아들을 알지 못한다. 또 아들 외에는, 그리고 그가 아버지를 드러내 보여 주려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아버지를 알지 못한다.”(마태 11,27)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모든 것’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을 가리킨다. 하느님은 이 땅 위에서 예수님 안에서 계시되신다. 하느님의 뜻은 모든 창조 세계의 선(善)이다. 하느님은 당신 피조물의 친교와 공동체를 원하신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소서”라는 예수님의 이 간구는 이 땅의 현실이 하느님의 뜻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이 땅의 고통과 눈물을 잘 알고 있다. 하늘에서는 하느님의 뜻이 큰 강처럼 흐르지만, 땅에서는 다양한 요인들이 그 흐름을 방해한다. 이 땅의 불의와 폭력, 엘리트주의, 제국주의, 군국주의, 물질주의 등은 하느님의 뜻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이 땅이 하느님의 창조적인 가능성과 힘의 영역인 하늘의 기쁨을 체험하기를 기도한다. 아직 이 땅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우리는 희망하고 기도한다. 이것은 곧 우리가 그러한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기를 결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하늘에서와같이 땅에서도’라는 표현은 주님의 기도의 첫 세 간구 모두를 특징짓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예수님은 하늘에서 하느님의 이름이 거룩하게 빛나고, 하느님의 통치가 완벽하게 현존하고, 그분의 뜻이 절대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땅에서도 그렇게 되기를 기도하신다. 왜냐하면 이 땅에서는 하느님 이름과 그분의 통치 그리고 그분의 뜻이 무시되고 의문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늘에서와같이 땅에서도’에서 예수님의 주된 관심사는 바로 이 땅이다. 우리를 땅에서 분리해 하늘로 향하게 만드는 이른바 ‘도피 신학’(escapist theology)은 예수님의 기도와는 부합하지 않는다.

사실 사람들은 생태학, 민족과 국가 사이의 평화, 경제 정의, 철저한 평등, 피난자의 권리와 땅의 권리 등은 정치적 이슈들이고 이 세상과 관련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교 신앙의 관심 영역을 넘어서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하늘에서와같이 땅에서도”라는 예수님의 기도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물론 예수님은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요한 18,36)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 말씀을 더 정확하게 번역하면 “내 나라는 이 세상으로부터 오지 않는다”이다. 하느님 나라의 기원과 내적 역동성은 이 세상의 문화와 정치로부터 진화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늘에서와같이 땅에서도’에서 처럼,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뜻은 이 땅과 거기에 사는 사람들과 관련된다. 그런데 우리는 하느님의 나라와 관련하여 특정한 공간과 민족을 절대화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사실 땅 위에는 우리를 위한 영원한 도성이 없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올 도성을 찾고 있습니다.”(히브 13,14)

하늘과 땅의 짝(창세 1,1 2,1.4)은 모든 피조물, 곧 창조 세계를 가리킨다. 하느님은 하늘과 땅의 창조주시다. 이러한 기초 위에서 우리는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의 이름을 찬양하고(시편 14,5.13), 그분의 통치를 환호하며(시편 103,19-22 145,10-11), 그분의 뜻을 행하기를(예레 8,7) 기도한다. 그것은 하느님의 뜻에 따라 모든 창조 세계가 다시 새로워지기를 기도하는 것이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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