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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37) 다시 읽는 주님의 기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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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예수님은 이제 ‘우리’와 관련하여 간구하신다. 우리 모두의 공동체를 위한 간구이다. 일용할 양식에 대한 기도는 인간의 배고픔과 기본적인 필요와 관련된다. 이것은 이집트의 종살이에서 해방된 이스라엘 백성이 겪은 광야의 생활을 연상케 한다.

하느님은 당신 백성에게 매일 만나를 양식으로 주셨다.(탈출 16장) 하느님의 선물인 양식을 이스라엘은 매일 먹을 만큼 거두어들이고 그것을 다음 날 아침까지 남겨두지 말아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하느님을 신뢰하지 않았고 아침까지 남겨둔 양식에서 구더기가 꾀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탈출 16,20). 이와 같이 일용할 양식을 위한 기도는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를 채워주시는 하느님을 신뢰하고 그분께 충실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산상설교에서 예수님은 “보물을 땅에 쌓아 두지 말고 하늘에 쌓아야 한다.”,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차려입을까?’ 하며 걱정하지 마라.”,“하느님은 하늘의 새를 먹이시고 들에 핀 나리꽃을 입히신다”,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필요함을 아신다.”고 가르치시고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아라.”,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라고 말씀하신다.(마태 6,19-34) 이 산상설교의 문맥 안에서 예수님의 기도를 이해해야 한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당신의 창조 세계를 통하여 주시는 하느님을 신뢰하도록 초대하신다. 일용할 양식은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진다. 우리 인간이 양식을 창조하지 않았다. 인간의 모든 물질적 소유는 그것의 창조주, 소유주로부터 받은 것이다. 창조주 하느님은 당신의 모든 살아있는 피조물에게 음식을 공급하신다. 그래서 매일의 양식을 선물로 받는 우리는 그것을 주시는 분을 신뢰해야 한다.

“이 모든 것들이 당신께 바랍니다, 제때에 먹이를 주시기를. 당신께서 그들에게 주시면 그들은 모아들이고 당신 손을 벌리시면 그들은 좋은 것으로 배불립니다.”(시편 104,27-28) “모든 눈이 당신께 바라고 당신께서는 그들에게 먹을 것을 제때에 주십니다. 당신의 손을 벌리시어 모든 생물을 호의로 배불리십니다.“(시편 145,15-16)

따라서 매일의 양식을 기도하는 것은 매일 필요한 것을 주시는 하느님에게 의탁하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필요 이상의 것을 쌓아 둔다면 우리는 그것으로부터 지배받을 것이고 결국 하느님과 별개로 살게 된다. 그래서 이 기도는 우리 공동체의 정의와 공정, 곧 하느님 나라의 의로움을 위한 기도이다. 즉 기본적인 필요를 가진 사람들을 우리 공동체가 돌보기 위한 기도이다.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소서”라고 기도하는 예수님의 제자들은 하나의 대안적인 공동체를 이룬다. 이 공동체 안에서는 불의한 결박을 풀어 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며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숴 버린다. 그리고 굶주린 이와 양식을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집에 맞아들이며 헐벗은 사람을 덮어 준다.(이사 58,6-7)

이처럼 양식을 위해 기도하는 공동체는 “어떤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그날 먹을 양식조차 없는데, 여러분 가운데 누가 그들의 몸에 필요한 것은 주지 않으면서, ‘평안히 가서 몸을 따뜻이 녹이고 배불리 먹으시오.’하고 말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이와 마찬가지로 믿음에 실천이 없으면 그러한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야고 2,15-16)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일용할 양식에 대한 기도는 우리의 생활 방식을 변화하도록 초대하는 깊은 생태학적 의미를 가진다. 양식은 하느님의 선물이고 그것은 우리가 나머지 창조 세계와 하나의 공동체로 결합하여 있다는 증거이다. 그리고 우리는 일용할 양식이 없는 가난한 이들과 우리의 양식을 함께 나누어야 한다. 기도에서 우리가 발설하는 이 말들에 걸맞게 살도록 우리는 초대받고 있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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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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