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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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철 신부의 신약여행] <9> 마르코(상)

''메시아 비밀'' 담고 있는 마르코복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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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코복음은 베드로와 바오로 사도의 전승과 사상을 종합하는 교회일치 신학을 제시했다.
그림은 바티칸 박물관 `지도의 방` 벽면에 그려져 있는 마르코 성인화.
날개 달린 사자는 마르코 성인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마르코복음서는 예수에 관한 전승을 문자로 기록한 최초의 복음으로, 초대교회에 큰 공헌을 했다.

 고대교회 히에라폴리스의 파피아스 주교 증언에 따르면 복음서를 쓴 마르코는 사도행전 12장에 나오는 예루살렘 출신 요한 마르코이다. 그는 예루살렘 가정교회 유지의 아들이었다. 베드로 사도가 감옥에 갇혔다가 기적적으로 빠져나와 마리아의 집으로 향하는데, 이 마리아가 마르코의 어머니다.

 마르코는 당시 국제공용어인 그리스어에 능통해 베드로 사도를 수행하며 그의 설교를 통역했다. 또 바오로 사도의 제1차 전교여행에 동행했기에, 마르코복음서에는 두 사도의 영향이 반영됐다. 때문에 복음서는 두 사도의 전승과 사상을 종합하는 교회일치 신학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획기적 의미를 갖는다.

 복음서는 주님의 여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이사야서와 즈카르야서, 시편 등 구약성경을 인용했다. 그중에서도 이사야서는 복음서의 기본 구조를 이해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사야서는 바빌론에 포로로 잡혀 온 이스라엘 백성이 해방돼 본토로 귀환하게 되리라는 예언으로, 폐허에서 일어서야 하는 귀향민에게 희망을 고취했다. 마르코서는 이러한 이사야서의 시대적 배경을 이용해 예수가 선포한 기쁜 소식을 효과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틀로 차용한다.

 이사야서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와 바빌론 종살이에서 해방돼 귀환할 때 광야를 거친다(이사 40,3). 마르코복음서 역시 광야를 서두로 삼고 있다. 요한 세례자는 예언서에 나타난 대로(1,2~3) 주님이 오시는 길을 준비하고, 설교 듣는 이들에게 함께 주님의 길을 마련하도록 촉구한다. 이처럼 광야를 거쳐 주님이 오신다는 점에서 이사야서의 본토 귀환 여정은 마르코복음의 지리적 여정과 일치한다.

 또 이사야서는 귀향민에게 하느님께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열어주신다고 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마르코복음서는 예수가 세례를 받을 때 새 하늘이 열리고, 예수가 광야에서 유혹을 받거나 5000명의 유다인을 먹이는 기적을 일으킬 때 광야가 초원으로 변하며 새 땅이 열리는 것을 보여줬다. 하느님 초대에 유다인뿐 아니라 이방인이 참여해 기쁨을 나눈다고 한 이사야적 전망 역시 반영돼 있다.

 예수는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며 공생활을 시작했다. 예수가 세례를 받고 물속에서 나올 때 하늘이 갈라졌다(1,10). 이는 이사야서의 한 대목 "아, 당신께서 하늘을 찢고 내려오신다면!"(63,19)을 암시한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은 절망과 고통 속에 있는 자신들을 위해 하느님께서 무엇인가 행동을 보여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이 기도에 대한 응답이 예수 세례 때 실현된 것이다.

 복음서는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1,11)는 대목에서 예수는 하느님 아들로 선언된다. 구약성경에서 `아들`은 메시아에게 주어지는 칭호다. 특히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말은 `아브라함의 사랑하는 외아들`(창세 2,22)로 표현된 이사악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이사악이 하느님 말씀에 따라 제헌(祭獻)됐듯 예수 역시 스스로 바쳐져야 한다는 소명이 있음을 암시한다.

 복음서는 예수가 하느님의 사랑하는 아들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예수가 하느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는 예수 한 명이다. `너는`이라는 말은 하느님의 계시가 예수에게만 들린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 점에서 복음서는 `메시아 비밀`이라고 하는 특유의 주제를 드러낸다. 복음서 곳곳에서 마귀가 예수를 하느님 아들이라는 점을 폭로하려고 하지만 예수는 이를 막는다. 왜 예수의 신원이 비밀로 지켜져야 했는가.

 예수는 병자를 치유하고 마귀를 쫓아내며 많은 비유로 사람들을 가르치는 뛰어난 능력을 드러냈다. 그러나 복음서는 예수가 메시아이자 하느님 아들인 것은 놀라운 능력을 통해 온전히 드러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하느님 아들이라는 근거는 인간적 능력에 기초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예수를 죽은 이들 가운데서 되살리셨다는 것이 바로 하느님 아들이라는 결정적 근거다. 이는 어떠한 인간도 개입하거나 흉내낼 수 없는 하느님만의 역사다. 하느님은 예수를 아들이라고 선언하고, 부활시키고 오른편에 앉게 함으로써 당신과 같은 권능과 권한, 영광으로 이끄셨다. 하느님의 이러한 역사하심에서 그리스도인은 예수가 비로소 하느님 아들임을 깨닫고 고백하게 된 것이다.

 마르코복음서는 `메시아 비밀`이라는 모티브로 구성돼 있다. 이것은 예수의 신원이 단박에 알려질 수 없다는 원초적 사실에 근거한다. 따라서 그리스도인은 이를 함부로 고백하기보다는 침묵속에서 그분이 가신 길을 따르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김은아 기자 euna@pbc.co.kr


※평화방송 TV 방송시간: 월요일 오전 9시(본방송), 화요일 저녁 9시(이하 재방송), 목요일 오후 3시, 일요일 저녁 10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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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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