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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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준 박사의 구약성경과 신들] (9) 이스라엘에도 널리 퍼진 달신 숭배

안식일만큼 중요했던 ''초하룻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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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근동세계에서 달신은 최고신의 피가 흐르는 강한 남성신이었다. 달신은 왕권의 상징이었고, `해와 달과 별의 군대`라는 삼신론을 이뤘다. 고대 근동인들은 달이 죽음에서 부활하는 것으로 여겨진 초하룻날을 중요시했다.

 아시리아, 메소포타미아 등지에선 달신이 중요한 신으로 여겨졌지만, 북서셈어를 쓰는 지역에서 달신은 별 볼 일 없는 신이었다. 달신 숭배의 중심지는 우르(수메르의 도시 국가)와 하란(메소포타미아 지역 상업도시)이었다. 우르 출신이었던 아브라함은 하란에 머물다 이스라엘로 갔다. 하느님을 섬긴 아브라함은 하란에서 75년 넘게 살았다. 아브라함은 달신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달신 문화를 이스라엘로 최초로 옮겨온 이도 아브라함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엘리야 예언자의 수제자 엘리사는 많은 기적을 행했다. 엘리사 예언자와 수넴 여인 이야기(2열왕 4장)는 고대 이스라엘의 민간 신앙에서 초하룻날이 종교적으로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들을 잃은 수넴 여인이 어느날 엘리사 예언자를 찾아가려 하자 남편은 "왜 꼭 오늘 그분에게 가려 하오? 오늘은 초하룻날도 아니고 안식일도 아니지 않소?"(2열왕 4,23)라고 묻는다. 이는 초하룻날이 안식일과 같이 중요하게 취급됨을 나타내고 있다.

 #이스라엘과 초하룻날
 다윗의 행적이 적힌 사무엘기에도 초하룻날과 관련된 기록들이 나온다. 다윗을 시기한 사울왕은 다윗을 죽이려 했다. 사울왕에게 여러 차례 죽임을 당할 뻔한 다윗은 사울의 아들 요나탄 왕자를 찾아갔다. 요나탄은 다윗편이었기 때문이다. 다윗은 요나탄에게 "왕자님 아버님께 무슨 죄를 지었기에 그분께서 이렇게 제 목숨을 노리신단 말입니까?"(1사무 20,1)하고 묻는다. 이 대목에서 요나탄은 "자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해주겠네"(1사무 20,4)하고 말한다.

 이에 다윗은 "내일이 초하룻날입니다. 제가 임금님과 함께 앉아 식사를 해야 하는 날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모레 저녁때까지 들에 숨어 있도록 저를 내보내 주십시오.(1사무 20,5)"하고 말한다. 이스라엘 왕실에서 `초하룻날`에 특별한 식사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고대 이스라엘의 특별한 식사는 특별한 전례와 관련됐을 것이다. 초하룻날 임금과 신하가 모두 참석하는 전례와 식사의 기원은 고대 근동일 것이다. 초하룻날에 어떤 특별한 전례를 행했는지, 어떤 일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지만 초하룻날은 이렇게 고대 근동의 일반적 문화로 이해해도 좋을 정도로 달신 숭배가 문화적으로 이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사실 초하룻날은 이스라엘 전례력에서 무척 중요한 날이었다. 성경에 기록된 종교적 절기를 엄밀히 지키며 성전에서 전례를 올리는 일을 담당했던 레위인에게도 초하룻날은 안식일과 함께 지켜야 할 기념일이었다. "안식일과 초하룻날과 축일에 주님께 번제물을 바칠 적마다 법규에 따라 정해진 때에 주님 앞에 바치는 일을 맡았다"(1역대 23,31)는 구절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사명을 지닌 사람인 예언자들도 초하룻날을 매우 중요한 날로 보았다. 이사야 예언자가 거짓 경신례를 경고하는 하느님 말씀을 전하는 장면에서도 초하룻날이 언급된다. "더 이상 헛된 제물을 가져오지 마라. 분향 연기도 나에게는 역겹다. 초하룻날과 안식일과 축제 소집 불의에 찬 축제 모임을 나는 견딜 수가 없다"(이사 1,13).

 #달은 하느님이 만드신 피조물?
 초하룻날을 중히 여기는 관습은 유배 이후에도 면면히 이어진다. 유배가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은 기쁨에 넘쳤다. 그들은 예루살렘 시온산에 정성 들여 새로운 주님의 성전을 지었다. 이후 마음껏 주님 말씀을 듣고 그 가르침대로 살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들은 매일 번제물을 바치며 `초하룻날`과 모든 거룩한 축일을 지켰다. 그들은 일일 번제물 외에 초하룻날과 주님의 모든 거룩한 축일에 드리는 제물과 주님께 자원 예물로 드리는 모든 이의 제물을 바쳤다(에즈 3,5 참조).

 초하룻날뿐 아니라 그믐날도 이스라엘의 중요한 절기였다. 마치 수넴 여자처럼 유딧도 초하룻날을 경건하게 보냈던 것 같다. 유딧은 성경에서 신앙심 깊은 경건한 사람으로 나온다. 두 여인은 시대가 무척 차이가 나지만, 달신 숭배에서 기원한 초하룻날을 잘 섬겼다는 점에서 같은 모습을 보인다. 유딧은 그믐날도 챙겼다.

 "그리고 과부 생활을 하는 동안 안식일 전날과 안식일, 그믐날과 초하룻날, 이스라엘 집안의 축제일과 경축일 말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단식하였다"(유딧 8,6).

 그런데 과연 달신 숭배를 수용하기만 했을까. 고대 이스라엘 신학자들은 고대 근동에 널리 퍼진 달신 숭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펼친다. 신명기계와 사제계(제관계) 학자들은 달은 신이 아니라 하느님이 만드신 피조물이라고 말한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평화방송 TV 방송시간 : 수요일 오전 9시(본방송), 금요일 저녁 9시(이하 재방송), 일요일 저녁 9시, 월요일 오전 4시ㆍ오후 3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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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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