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사목/복음/말씀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38) 다시 읽는 주님의 기도 (6)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예수님은 다른 이들에 대한 우리의 용서와 우리에 대한 하느님의 용서 사이의 밀접한 상호 관련성에 대하여 말씀하신다. 인간을 둘러싼 관계의 다양한 측면들, 즉 그 관계의 수직적 차원과 수평적 차원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 이 관계들에서 용서는 관계의 회복, 곧 공동체의 회복을 가리킨다. 이것은 주님의 기도 바로 직후에 소개되는 예수님의 말씀과도 일맥상통한다.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그러나 너희가 다른 사람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아버지께서도 너희의 허물을 용서하지 않으실 것이다.”(마태 6,14-15)

주님의 기도에서 ‘죄’와 ‘용서하다’를 가리키는 단어는 ‘빚’과 ‘면제하다’의 의미도 가진다. 그래서 예수님의 이 간구는 구약 성경의 희년 전승과도 연결된다. 빚의 면제와 관련하여 예수님의 ‘매정한 종의 비유’(마태 18,23-35)는 인상적이다.

어떤 종이 주인에게 엄청나게 큰 빚을 졌다. 주인은 가엾은 마음이 들어 부채를 탕감해 주었다. 그런데 그 종은 자기 동료의 적은 빚은 끝까지 갚기를 요구한다. 이에 주인은 “이 악한 종아, 네가 청하기에 나는 너에게 빚을 다 탕감해 주었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32-33절)라고 말하며 그 매정한 종으로 하여금 빚진 것을 다 갚게 하였다.

이 비유를 마무리하며 예수님은 “너희가 저마다 자기 형제를 마음으로부터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의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그와같이 하실 것이다.”(35절)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은 큰 빚을 탕감받은 이에게 작은 빚을 탕감하도록 초대하신다. 주님으로부터 해방된 이는 다른 이의 해방을 위해 자비를 실천하도록 초대받는다.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의 수혜자는 이제 자비를 실천해야 한다. 하느님으로부터 많이 받은 이는 다른 이에게 많이 주어야 한다. 이것의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예리코의 세관장 자캐오이다.(루카 19,1-10)

예수님을 만나 회개한 자캐오는 “제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다른 사람 것을 횡령하였다면 네 곱절로 갚겠습니다.”(8절)라는 실천의 결심을 밝힌다.

이러한 맥락에서 예수님은 해방을 경험한 당신 제자들을 이제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억압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해방을 위해 ‘함께 아파하기’(compassion)를 실천하도록 초대하신다.

예수님은 당신 제자들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도록 요청하신다. 피해를 입은 이가 피해를 입힌 이를 용서하도록 초대하신다. 이러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십자가 위의 그분의 모습에서 일관성 있게 증명된다.

예수님은 십자가에 못 박히신 후 반대자들을 위해 하느님께 간구하신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반대자들의 잔인함 그 한가운데에서 예수님은 그들을 위한 하느님의 용서를 기도하신다. 이것은 약자의 외침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자들을 두려워하게 하는 강한 이의 위엄 있는 목소리이다.

다른 이들을 위한 용서를 실천하는 예수님의 제자들은 다시 하느님 앞에서 용서를 청한다. 주님의 기도에서 용서의 간청은 일용할 양식의 간청처럼 제자들에게는 매일의 삶 안에서 반복될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일용할 양식뿐 아니라 용서를 필요로 한다. 하느님의 용서를 필요로 하는 우리는 스스로의 죄를 인정한다. 그래서 뉘우친다. 우리의 잘못은 개인적인 차원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차원을 가진다. 구조적인 억압과 착취, 그리고 생태학적인 잘못을 우리는 인정하고 뉘우친다.

사회 정의와 생태 정의를 위한 투신에 소홀히 하면서도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라고 간구하는 것은 빈말을 되풀이하는 것이다.(마태 6,7-8)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3-31

관련뉴스

말씀사탕2024. 5. 3

로마 12장 10절
형제애로 서로 깊이 아끼고, 서로 존경하는 일에 먼저 나서십시오.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