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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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현 신부의 생태영성으로 보는 샬롬과 살림의 성경읽기] (40) 가난한 이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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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복음서 3장 1-6절에서 예수님은 안식일에 회당에서 한쪽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 주신다. 이 장면은 예수님 생애에서 하루를 묘사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분의 전체 생애를 요약한다.

예수님은 종교적으로 거룩한 시간인 안식일에 거룩한 장소인 회당에 들어가신다. 그곳에서 예수님은 유다인 종교 지도자들과 맞서시고 그들의 완고한 마음을 폭로하신다.

회당에 있던 종교 엘리트들은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그의 손을 고치는 것이 긴급하게 필요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안식일의 치유에 반대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불법이고 율법에 합당하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엄격한 율법 준수를 가장 중요한 종교적 가치라고 생각하였고, 율법의 위반은 단죄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간주하였다.

종교 지도자들은 다른 이들에 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지배하는 권위를 합법화하기 위하여 하느님의 이름으로 억압을 강화하였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정의를 하느님이 요구하시는 것이 그들의 정결과 제사보다 우선적이지 못했다.

그들은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의 치유보다는 율법 준수에 더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그들은 깨끗하지 못한 이들을 사회와 회당의 주변으로 내밀어 버렸다. 그렇게 해야 종교 엘리트들은 그들의 영적인 깨끗함이 더럽혀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율법 위반자를 단죄하고, 종교 생활의 통제를 위협하는 이에 대하여 억압하였다. 그들의 마음은 평화가 아니라 폭력으로, 정의가 아니라 불의로 가득 차 있었다. 결국 율법에 대한 그들의 충실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억압으로 작용하였다.

예수님은 종교 엘리트들의 폭력과 불의의 가면을 폭로하신다. 그곳이 어디이든지, 심지어 그곳이 회당일지라도 예수님은 두려움 없이 행동하신다.

예수님은 손이 오그라든 가난한 이를 거룩한 장소의 한 가운데로 나오라고 말씀하신다. 하느님, 율법, 사람들로부터 배제되어 변두리로 밀려나 있던 그를 가운데로 초대하신다.

그리고 예수님은 반대자들에게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4절)라고 질문하신다. 예수님에게 있어 가난한 이는 ‘함께 아파하기’와 돌봄의 대상이었다.

그분은 안식일이 이스라엘 백성의 이집트 종살이로부터의 해방과 구원을 기억하는 날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계셨다.

예수님은 가난한 이를 억압하는 율법에, 즉 사람을 비인간화하고 악을 합법화하는 율법에 저항하신다. 안식일과 모든 율법의 목적은 좋은 일을 하고, 목숨을 구하며, 병든 이를 치유하고, 인간에 봉사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자신의 일을 ‘좋은 일을 하는 것’과 ‘목숨을 구하는 것’으로, 반대자들의 일은 ‘남을 해치는 것’과 ‘죽이는 것’으로 대조시키신다.

예수님은 반대자들의 침묵에 노기를 띠시고 그들의 완고한 마음에 슬퍼하셨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보시는데, 이 행동으로 예수님은 율법의 안식일 규정 뒤에 숨어 침묵하는 반대자들의 익명성과 폭력성을 폭로하신다.

마침내 예수님은 “손을 뻗어라”는 말씀으로 치유하신다.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님에게서 배우거나 그분의 지혜를 따르기 보다는 오히려 그분을 없앨 음모를 꾸민다.

이 장면의 이야기는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종교생활 혹은 신앙생활을 되돌아보도록 초대한다.

예수님은 우리로 하여금 폭력과 불의에 맞서도록 부르신다. 곧 가난한 이를 억압하고 악을 합법화하여 긍정적인 사회 변화를 방해하는 오늘의 율법에 적극적으로, 공개적으로, 직접적으로, 비폭력적으로 저항하기를 원하신다.

예수님이 그렇게 행동하셨듯이, 우리도 가난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위한 ‘함께 아파하기’와 돌봄을 실천하고 ‘좋은 일을 하는 것’과 ‘목숨을 구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초대받는다.

그래서 우리도 억압자들에 대항하여 가난한 이들의 오그라든 손을 뻗게 하도록 초대받는다. 이와 같이 예수님은 우리의 종교적 허구의 베일을 폭로하신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송창현 신부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기사원문보기]
가톨릭신문  2013-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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