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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11)은수자와 렉시오 디비나

마음으로 성경을 끊임없이 읽고 암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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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성준 신부



초기 수도승들은 세상으로부터 물러나 사막의 철저한 고독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성경 외의 다른 독서들은 내면생활에 무가치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Apophthegmata)」에서는 성경 독서 외의 다른 독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고 있지 않다.

은수자들의 스승인 성 안토니우스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자신의 성소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성당에 들어갔다가 그날 선포된 말씀 중에 한 말씀이 그에게 강하게 다가왔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태 19,21) 그는 즉시 이 말씀을 따르고 싶었지만 그에게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여동생이 있었기에 고민해야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또다시 성당에 들어갔다가 그날 선포된 말씀 중에 한 말씀이 그에게 크게 다가왔다.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내일 걱정은 내일이 할 것이다. 그날 고생은 그날로 충분하다.”(마태 6,34) 그는 이 말씀에 따라 모든 것을 포기하고 하느님을 향한 영적 여정을 시작하였다.

그는 먼저 마을 변두리로 물러나 수행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배워 나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 영적인 싸움을 할 단계에 이르자 다시 무덤가로 나아갔다. 무덤에서 사탄과의 격렬한 싸움 후에 마침내 주님의 현시를 체험하게 되었다.

그때 안토니우스는 주님께 “당신은 제가 그렇게 고통 중에 있을 때 어디 계셨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주님께서 “나는 그때 너와 함께 있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러한 깊은 체험 후에, 그는 더 깊은 사막으로 물러나 20년간 깊은 고독과 침묵 속에서 은수생활을 하였다. 그 후에 사람들에게 드러나게 되었고, 후에는 더 깊은 내적 사막의 동굴로 물러나 죽을 때까지 44년 동안 철저히 하느님의 사람으로 머물다가 주님의 품으로 돌아갔다. 그때 그의 나이는 105세였다.

특별히 은수자들의 스승이었던 성 안토니우스는 수행생활 초기에 마을 근처에 머물면서 금욕적인 삶을 살았는데, 그때 성경 말씀을 얼마나 열심히 읽고 묵상했는지 그의 기억력이 성경 전체를 대신할 정도였다고 한다.

「사막 교부들의 금언집」에 보면, 많은 수도 교부가 제자들로부터 한 말씀을 요청받을 때, 성경의 한 말씀을 처방약으로 주기도 하였다. 팔레스타인에서 은수생활을 시작한 힐라리온 압바(Abba Hilarion, 291~371)는 마음으로 성경을 읽고 배워야 함을 강조하였다.

비록 초기 은수자들이 성경 본문 전체를 소유하지는 못했을지라도, 그들은 마음 깊은 곳에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간직하였다. 그래서 어떤 교부는 한 말씀을 청하는 제자에게, “만약 당신이 성경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것을 계속하여 반복하라”고 권고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계속 말씀을 반복하다 보면 후에 그 말씀의 깊은 의미를 깨닫게 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은수자들은 독방에서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성경을 끊임없이 읽고 암송하였다. 그들에게 있어 성경 독서는 그들의 삶을 인도하는 구체적인 수행이었다.

우리는 여기에서 고대 수도승들이 전해준 렉시오 디비나에 관한 3가지 중요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첫째는 말씀을 기억 속에 간직함이다. 둘째는 성경을 머리가 아니라 마음으로 다가감이다. 셋째는 말씀을 끊임없이 반복함이다.



허성준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19-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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