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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악의적 보도’ 억울… 재발 방지에 최선

양승국 신부(전 살레시오회 한국관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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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국 신부



지난 3일 방영된 ‘MBC 스트레이트’ 살레시오청소년센터 편을 보시고 얼마나 충격과 상심이 크십니까?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이 저희 센터 안에서 발생한 것, 너무나 송구스럽습니다. 저희로 인해 교회 공동체 전체에 누를 끼친 것에 대해 크게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큰 부족함과 부끄러움에도 우리 공동체에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신 교회 장상들과 동료 사제들, 수도자들과 교우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좀 더 자상한 스승으로

방송 이후 그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그저 온종일 여기저기 쓸고 닦고 정리하며, 지난 저희의 청소년 사목 활동을 성찰하는 중입니다. 돌아보니 마음만 앞섰지 몸이 따라주지 못했음을 솔직히 인정합니다. 좀 더 너그럽고 자상한 아버지요 스승으로 아이들에게 다가서지 못한 점도 부끄럽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저희가 아이들을 ‘제2의 도가니’나 ‘생지옥’으로 몰아넣는 파렴치범으로 살지는 않았습니다. 부족하고 서툴렀지만, 어떻게든 사부 돈 보스코의 마음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자 발버둥 쳐왔습니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요 종합병원 같은 아이들을 데리고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는 일은 저희 센터의 주요 업무 중 하나입니다. 텅텅 비어버린 아이들 ‘사랑의 탱크’ 안에 어떻게 하면 양질의 진한 사랑을 가득 채워줄 수 있을까, 매일 머리 맞대고 고민하는 것이 저희 센터 임직원들의 일상입니다. 벌어진 사태를 무마하거나 변명하려고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너무 억울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저희가 잘못한 부분에 대한 질타에 대해서는 엄중한 마음으로 수용하고 반성을 거듭하겠습니다.

그러나 악의적 허위 보도에 대해서는 정확한 진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센터장 신부님은 ‘형제복지원’ 원장 같은 분이 절대 아닙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따지자면 관구 안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살레시오 회원입니다. 그분에게 있어 아이들은 삶의 전부요 최종적인 의미입니다. 어느 주일 오전, 지나는 길에 예고도 없이 사무실 문을 두드렸더니, 아니나다를까 세상 다정하고 환한 얼굴로 개구쟁이 아이들 몇몇과 마주앉아 예비자 교리를 하고 계시더군요. 아이들 사이에서의 자부적(慈父的)이고 지속적인 현존, 그것은 신부님의 평생에 걸친 화두입니다.

신부님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가지 생각밖에 들어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행복과 아이들의 영혼 구원입니다. 이런 마음은 센터 모든 임직원 전체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이런 센터 종사자들이 강제로 약을 투여하는 ‘731부대원’ 취급당하니 억울한 마음이 하늘을 찌릅니다. 센터에는 정신과 약물치료가 꼭 필요한 아이들이 있습니다. 저희는 의사 처방에 따라, 부모 동의를 얻은 뒤, 아이들에게 약을 먹도록 했습니다. 세상 모든 가정에서 그러하듯이 말입니다. 그게 그렇게 지탄받을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새롭게 다시 시작

방송이 나간 직후 ‘MBC 스트레이트’ 시청자 게시판에는 저희 센터를 거쳐 간 아이들의 용기 있는 증언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센터 안에서의 폭행, 폭언, 학대는 전혀 없었습니다.” 저희 센터에서 보낸 시간이 어찌 보면 자신의 인생에서 감추고 싶은 흑역사일 수도 있었을 텐데, 왜곡된 보도를 접한 아이들은 당당하게 자신의 신분까지 밝히면서, “그곳은 정말 따뜻했습니다. 그곳에서의 시간을 통해 새롭게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저희 센터에서 발생한 불미스런 사건에 대해서는 크게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재발 방지와 피해 아동들에 대한 치료와 회복을 돕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 저희는 두고두고 가슴을 크게 치며, 이곳 센터를 아이들을 위한 ‘작은 천국’으로 만들어가도록 충심을 다하겠습니다.



전 살레시오회 한국관구장 양승국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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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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