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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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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전통에 따른 렉시오 디비나] (28)성경 독서의 장소

집중할 수 있는 고요한 곳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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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성준 신부



성경은 어디에서 읽어야 하는가? 이에 대해 우리는 어느 한 장소만을 주장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는 다음과 같은 장소에서의 성경 독서는 우리가 집중해서 성경을 읽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분주히 움직이는 일터나 혹은 여러 사람이 수시로 드나드는 개방된 공간은 성경 독서를 위해 그리 좋은 장소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조선 시대 선비였던 이만부(1664-1732)는 한가로운 생활에서의 독서의 즐거움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하고 양치질한다. 집안을 물 뿌리고 비질하고, 아침 해가 비쳐들면 향로를 비로소 피운다. 책상을 정돈하고 책을 펼쳐 되풀이해서 읽고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옛사람의 마음을 쏟은 곳을 엿보기라도 하면 이 가운데 즐거움이 있다. 말로 형언하기는 어렵고 가만히 혼자 알 뿐이다.” 이렇듯 선비들은 고요한 장소에서 옛 성현의 글을 접하면서 온 마음으로 읽고 또 읽었으면서 남모르는 기쁨을 만끽하였다.

대개 수도승들은 수도원의 고요한 분위기 안에서 자기 개인의 독방, 공동방, 도서실, 혹은 정원 등에서 성경을 읽었다. 그들은 성독 시간에 누구로부터 방해받음이 없이, 각자 고요한 곳에서 그러한 수행에 전념할 수 있었다. 「베네딕도 규칙서」에서는 혹시라도 수도자들이 성독 시간을 불충실하게 보낼 수도 있기에 한 두어 사람의 장로들로 하여금 수도원을 돌아다니게 하라고 권고하였다.(RB 48,17-18) 그 당시 베네딕도회 수도승들은 수도원의 여러 곳의 고요한 분위기 안에서 각자 성경 독서의 수행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성경 독서를 위해 고요한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는 그러한 공간이 있다면 매우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한 장소는 우리를 쉽게 성경의 말씀에 집중하게 하여 하느님의 말씀을 귀 기울여 듣게 만든다. 그러한 곳은 바로 영적 투쟁의 장소이며 하느님을 만나는 거룩한 장소이다. 이에 대해 엔조 비안키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하느님은 이 장소에서 당신 마음의 건조한 공백을 풍부한 계곡과 희망의 문턱에로 옮겨 주신다. 그분은 당신의 마음에 직접 말씀하시기 위해 그리고 당신에게 신적인 선물들을 채워 주시기 위하여 당신을 더 가까이 부르신다.”

그곳은 바로 야곱이 꿈에 천사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본 후에 잠에서 깨어나 “진정 주님께서 여기 계시는데도 내가 모르고 있었구나. 여기가 바로 하느님의 집, 하늘 문이로구나”라고 고백했던 베델이라는 곳이다. 즉 우리가 말씀을 대면하고 말씀을 통해 주님을 만나는 그곳은 영적인 의미에서 또 다른 ‘베델’이 된다.

고요한 분위기가 유지되는 장소는 단순히 공간의 크고 작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주님은 기도하기를 원하는 이에게 말씀하신다: “당신이 기도할 때는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시는 당신 아버지께 기도하시오.”(마태 6,6)

여기서의 ‘골방’은 장소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분주하고 시끄럽지 않은 그러한 고요한 공간을 의미한다. 이런 의미에서 성경 독서를 잘하기 위해서 그러한 장소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도움되리라고 본다. 우리가 선택하려는 장소는 다락방이든 혹은 지하실 방이든 어디든지 좋다. 다만 그러한 장소에 십자가와 촛불 그리고 성경을 앞에 놓고 다소곳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

이러한 공간과 고요한 장소는 우리로 하여금 쉽게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게 만든다.



허성준 신부(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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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2-2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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