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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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규 수녀의 사랑의 발걸음] 2. 아름다운 무슬림

프랑스 성요한사도수녀회 장현규(마리스텔라)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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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기차와 전철을 갈아타고 병원에 도착해 한 병실 문을 열었다. 내 눈에 들어온 환자는 안락의자에 편안히 앉아있는 모습이 병의 상태가 좋아져 간다는 것이 느껴지는 분이었다. 그의 얼굴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고요했다. 이내 나를 향해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

“저는 한국인 수녀예요.” “저는 알제리에서 왔습니다.”

그는 20대 때 프랑스에 왔다고 한다. 40여 년간 열심히 가족 생계를 위해 희생해온 노동자였단다. 그런데 지금은 암 환자가 됐다고. 그의 종교는 물론 이슬람교이다. 아들, 딸, 손자, 손녀들도 함께 살고 있다고 한다.

나는 애초 그에게 가족 상황을 묻지도 않았다. 그런데 먼저 차분히 말을 건네는 모습이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신앙생활은 열심히 하시느냐고 질문하니, 하루 5번 기도한다고 한다. 우리 수도 공동체에서는 시간 전례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하루 4번, 토요일은 5번 한다. 그런데 평신도 무슬림인 그는 하루 5번씩 기도를 한단다. 일전에 이따금 병실을 지날 때, 그가 작은 양탄자를 침대 옆에 깔고, 무릎을 꿇은 채 머리를 바닥에 몇 번씩 대면서 기도하는 모습을 봤었다. 환자인 그가 더군다나 병상 생활을 하면서 하느님을 경배하는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 알제리인 환자는 내가 한국인이라고 소개할 때 무척 놀랐다고 한다. 프랑스인도, 아랍계의 어느 나라도 아니고, ‘이맘’(이슬람교 성직자)은 더군다나 아닌, 머나먼 한국에서 온 가톨릭 수녀가 자신을 찾아온 것에 대해서 말이다. 이런 일에 무슬림인 그가 적지 않은 감동을 했음은 표정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참으로 감성이 예민하고 고매한 인품을 갖춘 분이구나.’

몇 년 전, 한 무슬림 청년 환자가 나에게 이슬람 경전인 ‘쿠란’을 선물한 것을 기꺼이 받은 적 있다. 두 손에 꼭 들어오는 작은 쿠란을 아직도 잘 간직하고 있다. 이후 무슬림 환자들을 방문할 때, “나도 당신들의 성경인 쿠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기쁘게 얘기할 수 있는 흐뭇함도 가져 본다. 이런 것이 통교(通交) 아니겠는가!

얼마 전 파리의 가톨릭 서점에서 신약성경 23권을 구매해 그리스도인 환자들에게 선물했다. 성경 선물은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다. 다시 성경 30권을 구매해 성경을 원하는 환자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18년간 환자들을 방문하면서 한 번도 무슬림에게 우리 성경을 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오늘은 마음이 열린 이분에게 성경을 선물하고 싶어졌다. 그는 흔쾌히 받겠다고 답한다. 더불어 환한 미소로 한 줄 글과 함께 내 이름도 적어달라고 한다. ‘아이고, 하느님 맙소사! 이슬람 교인이 제게 글까지 부탁하다니요.’

이곳 오베흐빌리에 라호즈레병원은 한 유다인 의사가 설립했다. 이처럼 나는 오랜 기간 각국에서 온 환자들을 방문하는 동안 정말 놀라운 일들을 체험하고 있다. 무슬림 환자가 원하는 대로 성경 첫 장에 이렇게 썼다. “당신을 위해 기도합니다. 저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세요. 마리스텔라 수녀.” 글을 본 그가 환한 미소로 화답한다.

그는 언제까지나 한국인 수녀가 선물한 성경을 간직하겠다고 했다. 나 역시 무슬림인 그녀와의 아름다운 만남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프랑스 성요한사도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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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5-06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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