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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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민 신부의 별별 이야기] (25)비가 온 후 땅은 더 단단해진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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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은 정신과 병원에 입원해 안정을 취한 후 퇴원해 지속적인 약물과 상담 치료를 받았다. 약물은 신체적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상담은 그 증상의 심리적 원인과 발달 과정을 차단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무엇보다도 이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병을 이겨낼 수 있는 원천이 단순히 자기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율신경계가 인간의 의지에 상관없이 기능하는 것처럼, 우리의 심리정서적 상태도 자신의 노력만으로 온전히 건강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게다가 정신적 안정은 스스로의 의지만이 아니라 자신을 공감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의 도움과 그 과정에서 성령의 함께하심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내 삶의 주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나는 이웃과 성령의 도움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생각으로 옮겨 가게 되었다.

나는 내 정신과 육체의 온전한 주인인가? 내가 내 삶에 책임을 지겠다는 주체 의식과 달리, 내가 나 자신을 포함한 나의 삶을 온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전적으로 인간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교만이다. 따라서 우리가 자신의 온전한 주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영성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자신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만심에서 벗어나 이웃에게 손을 내밀고 성령의 도우심에 의탁할 수 있는 겸손은 영성적 삶의 전제조건이 된다.

자신에게 어떤 시련과 고통이 주어진다면 그것은 건강한 삶으로 초대하는 하느님의 부르심일 가능성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공황장애를 통해 자신의 정신적 무능과 무기력을 체험한 교수님은 공황발작에 대한 예기불안을 평생 다루어 나가야 할 과제로 삼게 되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안타깝고 불행한 듯이 보이는 고통을 체험하고 있지만, 영성적으로는 더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교수님은 자신의 능력을 믿고 자기 삶은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으로 살아왔다. 자신감의 도가 지나쳐 자만심으로 이어지게 되면 점차로 이웃과 하느님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교수님은 자신의 정신적 능력을 과신한 나머지 다른 사람들의 정신적 고통을 이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때 갑작스럽게 찾아온 불안 증상은 정신적으로는 불행한 사건이었지만, 영성적으로는 주변 사람을 좀 더 잘 이해하고 하느님의 도우심에 의탁할 수 있게 해주는 의미 있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모든 삶의 체험, 특히 고통과 시련 안에서 영적인 의미를 발견하는 것은 각자에게 주어진 몫이다.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그 안에서 영적인 의미를 발견하고 자신의 고통을 긍정적으로 다루어나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아무리 견디기 힘든 고통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영적인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허락된다. 즉 삶의 모든 시련과 고통은 십자가를 통한 부활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오늘 나는 어떤 삶의 고통과 마주하고 있는가? 그 고통 속에서 우리는 어떤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있는가? 어떤 상황에서도 이웃과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항상 마음의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 떼이야르 드 샤르댕 신부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영성적 경험을 하는 인간 존재가 아니라, 인간적 경험을 하는 영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영성심리학자, 성필립보생태마을 부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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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5-20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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