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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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현규 수녀의 사랑의 발걸음] 20. 행복 가득한 젊은 엄마

프랑스 성요한 사도 수녀회 장현규(마리스텔라)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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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주일 오후였다. 수녀원 앞 산책길을 따라 묵주기도를 하던 때였다. 한 걸음 한 걸음 기도와 함께 걸으며 기도에 집중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문득 앞을 보니, 젊은 여인이 유모차를 끌고 사내아이 셋과 올망졸망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이윽고 가족은 나와 마주쳤다.

큰아이는 5~6살 정도로 보였다. 예쁜 젊은 엄마와 나는 자연스럽게 웃으며 대화하게 됐다. “가만 보자. 사내아이가 셋이니까, 유모차에 얌전히 앉아 있는 아기는 딸아이인가요?” 아차, 그런데 엄마는 수줍은 미소로 “아들이에요”라고 답한다.

이따금 기도하는 산책 중에 동네 주민들을 마주치곤 한다. 으레 나와 이 가족도 아늑한 숲길 속에서 처음 나누는 대화 속에 서먹함 없이 마주했다. “저도 가톨릭 신자예요. 어여쁜 네 아이는 하느님께서 주신 큰 선물이죠.”

젊디젊은 엄마에게서 밝은 믿음이 드러나 보였다. 또 질문했다. “혹시 딸도 갖기를 원하세요?”, “하느님께서 주시면 원하고 말고요. 하하.”

여인의 얼굴을 사뭇 진지하게 들여다봤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지만, 그녀의 눈과 입, 부드러운 피부, 그리고 내면에는 행복과 기쁨이 가득 물들어 있는듯했다.

나도 같은 여성이지만, 이곳 베르사유에서 20년을 살아오는 동안 이렇게도 아름다운 여인을 본 것은 처음이다. 예쁜 엄마 옆에서 귀엽게 서성거리던 세 아이 중 한 녀석이 오솔길 옆에 피어있는 연보라색 작은 꽃을 꺾어서 내 손에 쥐여줬다. “너는 참 착하구나!” 고맙게 받았다.

그런데 우습게도 두 번째 아이도 형을 따라 꽃을 꺾어 내게 건넸다. 우연히 마주친 아이들이 하나씩 들려준 꽃이 작은 꽃다발을 이룬 기분이었다. 금세 내 손에는 꽃들이 뿜어내는 연한 향기가 뱄다.

그런데 유쾌한 일이 또 일어났다. 셋째 아이도 마치 ‘나도 가만히 잊지 않겠다’는 듯 고사리손으로 꽃을 줬다. 수도복을 입은 내가 낯설게 느껴질 법도 한데 참으로 귀여운 개구쟁이들은 스스럼없이 작은 들꽃을 선물로 줬다. 나는 꽃 모양이 손상되지 않도록 부드럽게 쥐었다. 엄마는 나를 또 유심히 바라본다.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가진 것을 선뜻 건네는 마음을 지닌다는 것은 분명 아름다운 모습이다. 이는 아이들이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는 가운데 생겨난 사랑의 마음일 것이고, 이들은 들꽃들 안에 자신들이 받았던 마음을 담아 처음 보는 동양인 수녀에게 선물로 건넬 줄 알았던 것이다.

나눌 줄 아는 마음이란 맨 처음 부모에게서 받은 감사와 사랑을 느낀 덕분일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사랑을 받고, 또한 나눌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난다. 바로 이러한 모습이 곧 예수님 마음이고, 하느님을 닮은 모습이 아니겠는가. 산책 중에 만난 아름다운 성가정 모습이 내 기도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줬다. 따스한 나눔이 우리의 작은 만남을 커다란 아름다운 사건으로 기억되도록 해줬다.

“복되다. 주의 성가정. 나자렛의 보금자리~♬ 거기서 온갖 덕행의 찬란하온 빛 비추니. 온 세상 기쁨 넘치어 찬미 노래 부르네!”(가톨릭 성가 114번 ‘나자렛 성가정’ 중에서)

이 가정을 마주하고 나서 성가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작은 성가정 한 식구가 세상을 아름답게 하노니,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에 있다.”(루카 17,21)

프랑스 성요한 사도 수녀회 장현규(마리스텔라)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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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0-09-23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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