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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돌아온 바리스타'' 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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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문희 수녀(살레시오 수녀회, 마인하우스)
 

  아이들 자활을 돕기 위해 우리는 서울 대방동에서 커피점을 운영한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면 우후죽순처럼 새로운 커피점이 생기는 게 요즘 현상이다.
 우리가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 근처에 커피점은 한두 군데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10곳이 넘게 커피점이 생겨났다. 그만큼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하고 있다는 증거다.

 음악가 바흐는 "아! 맛있는 커피, 천 번의 키스보다 황홀하고, 마스카텔 포도주보다 달콤하다"하고 커피를 노래했다고 한다. 베토벤도 커피 사랑이 남달랐다. 그의 방안은 온통 어질러져 있어도 책상 위에는 오직 한 장의 악보와 끓고 있는 커피만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 소설가 발자크 역시 커피 애호가였다. 그는 "커피가 위 속으로 떨어지면 모든 것이 술렁거리기 시작한다. 생각은 전쟁터의 기병대처럼 빠르게 움직이고 기억은 기습하듯 살아난다"고 찬양했다.

 우리 집 품이의 커피 사랑도 이에 못지않다. 품이는 이곳에 오기 전엔 줄담배를 피우며 살았다. 그런 품이가 우리 카페에서 일하면서 담배를 줄여가더니 아예 금연을 선언했다. 진정한 바리스타가 되려면 커피 향을 방해하는 담배냄새가 없어야 한다며 열성을 보였다.

 품이의 이런 커피 사랑이 있기까지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주문받은 커피를 너무 뜨겁게 뽑아 손님 입천장이 다 부르트게 한 일, 카푸치노를 주문했는데 카페라테를 내놓은 일, 우유가 넘쳐 카페 바닥을 엉망으로 만든 일 등….

 결국 품이는 우리 카페 일을 포기하고 다른 직장을 찾아 떠났다. 그러다가 3개월 만에 다시 돌아왔다. 돌아온 품이는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으나 태도는 예전의 품이가 아니었다. 그동안 더 생각이 깊어지고 성숙해져 있었다. 품이는 이제 누구보다 커피를 사랑하는 바리스타 경력자에 매니저까지 돼 후배들을 가르치고 있다.

 "나도 그랬어." "나는 더 많이 실수했거든…" 하며 등을 토닥여 주면서 커피를 사랑하도록 후배들을 격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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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2-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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