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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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직 현장에서] 울지마요 에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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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형숙 수녀(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 안산 빈센트의원 간호사)
 
  안산 빈센트 의원의 주일은 환자가 많은 날이다. 근무가 없는 주말에 짬을 내어 무료 봉사하시는 의사 선생님들의 진료에 의존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어느 날 내원한 환자가 수두인 것 같아 피부과로 다시 오라고 했더니 그가 다시 왔다. 나이지리아 26살 남자, 이름은 `에쓰이`다. 진료 결과 수두라고 한다. 전염 위험이 있으니까 당장 입원시켜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에쓰이는 한국에 온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아 의사소통이 어렵다. 이곳은 무료이지만 다른 병원에 가면 치료비가 만만치 않을 터. 수중에 있는 돈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더니 고작 4만 원이 전부란다. 입원해야 한다고 설명을 하니 까만 총각은 잔뜩 겁에 질렸다. 낯선 곳에 와서 돈은 없지, 말도 안 되지, 게다가 전염시키는 병에 걸렸다니, 이러한 상황이 당황스러워 앞이 캄캄해진 것이리라.

 안산 빈센트 의원에 봉사를 오시는 의사 선생님들이 소속된 여러 병원에 연락해 큰돈을 들이지 않고 치료받을 수 있는지를 알아봤다. 그런데 당사자인 그가 어디에 있는지 둘러보니 구석으로 피해 앉아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다. 가만히 보니까 울고 있지 않은가?

 "Don`t worry."(걱정하지 마세요)
 위로를 해줬다. 결국 인근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기로 결정이 났고, 부랴부랴 수녀 두 명이 구급차에 그를 태워서 나가고 남은 수녀와 봉사자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에쓰이는 아직도 울고 있나?

 진료를 마친 시간, 마무리를 하고 저녁기도 시간에 우리 모두는 에쓰이를 위해 청원기도를 드렸다. 그 까만 얼굴이 더욱 흙빛으로 변해버린 에쓰이의 표정, 그 커다란 눈망울에서 눈물을 뚝뚝 떨어내며 따라나선 그의 모습이 가여웠다. 주님 자비에 맡겨드리며 어둠을 가르듯 병원 문을 나왔다. 그로부터 일주일쯤 지난 어느 날인가, 얼굴 여기저기에 수두 딱지가 말라붙어가는 에쓰이가 병원 문을 열고 들어섰다.

 언제 울었느냐는 듯이 아주 밝은 얼굴이다. "Thank you, Sister." 연신 고개를 수그리며 인사를 한다. 병원 문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우리는 `아이고, 주님 감사 합니다`하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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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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