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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에 처음입니다만] (24) 왜 성체와 성혈을 높이 드나요

거양성체, 그리스도 현존 회중에 선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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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양성체는 성체와 성혈 안에 그리스도께서 현존하심을 드러내 보여준다. 한 사제가 벽제대에서 미사를 봉헌하면서 축성된 성체를 높이 들어 보이고 있다.





나처음 : 주일에 언해랑 성당에 갔는데 행사가 있었어요. 머리에 관을 쓰고 지팡이를 짚은 높으신 분이 와서 미사를 주례했어요. 그분이 커다란 빵과 포도주가 든 잔을 높이 들어 올리는데 마치 힙합 가수들이 “손 머리 위로!”라고 외친 것처럼 신자들이 집중하더라고요. 여기저기서 사진 플래시도 터졌어요. 아주 중요한 예식인가 봐요. 왜 미사 때 빵과 포도주잔을 높이 들어 올리나요.



조언해 : 그건 빵과 포도주가 그 순간에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했다는 것을 높이 들어 신자들에게 보여주려는 거야. 그냥 기도만 하면 언제 빵과 포도주가 예수님의 몸과 피로 변화되었는지를 모르잖니. 그래서 높이 들어 보여주는 거야.



라파엘 신부 : 언해가 잘 설명해 주었구나. 미사 때에 사제가 축성한 성체와 성혈을 높이 들어 올리는 행위를 ‘거양성체’(擧楊聖體)라고 해. 라틴말로는 ‘엘레바치오’(Elevatio)라고 하지. 미사 때 이렇게 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단다. 먼저, 교회의 봉헌 예물인 빵과 포도주가 하느님의 능력으로 축성되어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몸과 피가 되었음을 회중에게 드러내 선포하는 뜻이 있단다. 두 번째로는 성체와 성혈로 우리 가운데 현존하시는 구세주께 사랑과 흠숭의 마음으로 경배하라는 뜻이지. 세 번째로는 인간 구원을 위해 기꺼이 희생 제물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상기하며 합당하게 미사를 하느님께 봉헌하자는 지향이 담겨 있단다.

다음에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제대 위에 빵과 포도주가 놓여 있다고 해서 저절로 모두가 성체와 성혈로 변화되는 게 아니란다. 반드시 사제의 성찬 제정과 축성 기도가 있어야만 빵과 포도주가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거룩히 변화된단다. 그래서 빵과 포도주를 축성한 후에는 반드시 ‘성체’와 ‘성혈’로 고백하면서 흠숭의 예를 표해야 해.

미사 때 축성된 성체를 높이 들어 올리는 행위는 13세기 초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되었단다. 당시 평신도 사이에서 축성되지 않은 빵까지 성체로 공경하려는 그릇된 신심이 확산되고 있어 파리교구장 에우데스 드 쉴러 주교가 사제들에게 축성하기 전에 빵을 드는 것을 금했어. 그리고 반드시 축성한 성체만을 거양하도록 허락했지. 이 거양성체 예식은 성체를 보기를 간절히 원하던 신자들의 뜻에 부합해 급속도로 퍼져나가 50년이 채 안 돼 모든 유럽 교회에서 이 예식을 행했다고 하네.

페스트가 창궐하던 당시 중세 유럽은 성체에 대한 신심이 유독 강했단다. 아마도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죽어 나갔기 때문에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주님께 크게 의탁했던 것 같아. 그래서 어떤 사제는 미사 때 축성한 성체 앞에 오랫동안 무릎절을 하고 기도하는가 하면, 신자들은 성체를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사제에게 더 높이 성체를 들어 올려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지. 성체를 봄으로써 언제 닥칠지 모를 불행을 막을 수 있다고 여긴 거야. 하지만 ‘이성의 시대’라 불리는 근대에 접어들면서 성체에 대한 경외심이 줄어들어 성체를 전혀 쳐다보지도 않고 의례적으로 고개를 숙여 절만 하는 풍토가 교회 안에 확산되었단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니.

이를 보다 못한 성 비오 10세(재위 1903~ 1914) 교황께서 1907년에 「올바른 성체 공경을 위한 지침」을 발표해 “미사 중 거양성체 때 신자들은 신앙과 애정을 가지고 성체를 쳐다보며 토마스 사도가 부활하신 주님께 고백하였듯이 ‘저의 주님, 주님은 내 참 하느님이십니다’(요한 20,28 참조, 옛 교리서에는 ‘주님, 주님은 내 참천주로소이다’로 표기됨)라고 고백하라”고 명하셨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개혁 이후에도 성체에 대한 경배 관습은 여전히 남아 있단다. 사제가 축성된 성체와 성혈을 높이 들어 올리면 회중들은 성체를 바라본 허리를 숙여 깊은 절은 한단다. 지금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과 달리 아무런 경문을 외지 않고 조용히 경배하는 것만 다를 뿐이지.

성혈 거양은 성체 거양보다 훨씬 뒤인 14세기에 가서야 보편화 되었단다. 아마도 그 이유는 당시 신자들이 성혈이 담겨 있는 성작을 보려는 갈망이 덜했기 때문이겠지. 성혈 거양은 비오 5세 교황에 의해 1570년 「로마미사경본」 예규로 정착되었단다.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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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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