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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익명의 천사들을 만나다

김복기 신부(인천교구 신도본당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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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본당에 부임하자마자 건축부터 시작했다. 성당 리모델링을 끝냈고 교육관ㆍ사제관 건물도 완공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놀라워한다. `어떻게 60여 명의 본당 신자로 이런 공사를 할 수 있었느냐고?` 대답은 간단하다. 하느님이 도와주셨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모인 건축금 내역은 이렇다. 교구에서 8000만 원 지원과 1억8000만 원 무이자 대출(6년 상환), 주안1동본당 6000만 원, 그 밖의 본당 1500만 원, 우리본당 3000만 원, `익명의 천사들` 6000만 원이다.
 공사비는 조경 사업까지 모두 4억 3000만 원이 들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원래는 사제관만 지으려고 했는데 교육관도 짓고 성당 공사도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여러 도움 가운데 놀라운 기적이 하나 있다. 본당에 부임해서 공사를 시작하겠다고 마음 먹은 지난 1월 15일 이후부터 매주 빠짐없이 봉헌금을 보내주는 익명의 천사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봉헌금은 매주 200여만 원. 지금까지 보내준 금액은 6000만 원에 이른다.
 언젠가 미사를 봉헌하고 싶다며 본당 계좌 번호를 알려달라는 전화가 와서 알려준 적이 있다. 그 이후 여러 사람들에게서 본당 계좌로 건축금이 게속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통장에 찍혀있는 이름은 아무리 봐도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통장에 가끔 전화번호가 찍혀있어 전화를 하면 자신들이 누구인지 밝히고 싶지 않다고 했다. "신부님! 그냥 돕고 싶어서 하는 것이니깐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아무도 모르는 것이 좋습니다"는 대답만 매번 돌아왔다.
 매주 봉헌하는 이들의 이름을 보면 똑같은 이름들이다. 자신의 본당도 아니고 나를 잘 아는 이들도 아닌데 이렇게 도움의 손길을 지속적으로 주는 것을 보면 이들은 분명 `천사`다. 이들과 난 아무 관계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면 부모님은 내 이름을 잘 지어주셨다는 생각이 든다. `福基`이니 내가 있는 곳은 복된 자리가 아닌가. 정말 어느 본당에 있건 복 받은 신부로 살아가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매주 주보를 만들면서 익명의 천사들 이름을 적을 때 화살기도를 바친다. 하느님이 이들을 보내주셨기에 이곳이 변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천사들의 봉헌은 우리 신자들까지도 변화시켰다. 신자 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물질적으로 엄청난 봉헌을 했고 특히 성당 일에 기쁘게 봉사한다.
 우리 신자들은 매 미사 후에 익명의 천사들을 위해 주모경을 바친다. 성당이 바뀌고 교육관, 사제관이 지어진 것도 중요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공사를 하면서 느끼는 하느님의 섭리다.
 "익명의 천사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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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7-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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