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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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목일기] 해양가족모임은 '여인천하'

이숙의(아녜스, 부산교구 해양사목 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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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가족 월모임이 있었다. 아무리 두리번 두리번 거려도 내가 찾는 사람이 없다.

 몇 달 전에 이란 근처에서 남편이 사망한 자매가 보이지 않는다. 월미사에 와서 남편의 갑작스런 사망소식을 담담히 털어놓았던 자매, 어린 딸아이를 안고 모임과 행사에 꾸준히 함께했었다.

 비보를 접한 해양가족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했다.

 "보상금은? 보상금 관리 잘해라. 저리 어린 애를 혼자 키워야 하다니…."
 처연하게 앉아있던 그 자매와 탱글한 눈으로 바라보던 아이의 표정이 아른거린다. 누군가가 내뱉듯이 말했다. "선원은 순직해도 보상금이 쥐꼬리만해."

 해양사목 모임은 `여인천하`다. 남편이나 아들이 배를 타고 있기 때문에 월모임이나 해양인의 날 행사에 나오는 사람들은 주로 선원 부인 또는 어머니들이다. 간혹 휴가 중인 선원들이 부인을 따라 오기도 하지만 어쨌든 여자들 일색인 모임은 좀 시끄럽다.

 혼자 집안 꾸려나가는 분들이라 드센 면도 있고, 부모나 형제에게도 말 못할 애환을 서로 너무도 잘 아는 지라 목청이 크고 수다스럽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 들어가 있으면 참 편안하고 기쁘다.

 배를 타러 나간 `남편의 부재`는 해양가족에게 어쩔 수 없는 상처와도 같다. 그래서 굳이 선원가족임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각 본당에 있는 해양가족을 찾아 해양사목을 알리고 동참토록 하려 이런 저런 방법을 시도해 보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다.

 어느 날 해양가족의 집에서 가정미사를 드리는데 오겠다던 자매가 보이지 않아 무척 섭섭했다. 해양가족임을 떳떳이 내세우지 않고 되도록 무심해지려는 사람들에게 화가 났다. 특히 월모임에 나오지 않는 우리 본당 해양가족들이 떠올라 신부님 앞에서 이들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내 속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나에게도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이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옆에서 자꾸 그것을 건드리면 나는 어떨까?`

 나에게도 있었다. 그들과 단지 분야가 다를 뿐! 그리고 당시 나는 해양사목활동에 권태를 느껴 이런저런 불만을 엉뚱한 대상에게 `화`로 표출한 것임을 깨달았다. 열심히 하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평화로운 마음으로 하는 것이 복된 것이란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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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7-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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