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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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546) ‘좋은 마음은 원래 잘 통하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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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성지에 있을 때의 경험입니다. 그곳 성지 주변에는 경계 개념으로 측백나무가 심겨 있었는데, 나무를 심을 당시에 흙을 깊게 파고 나무를 심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내가 성지 담당으로 갔을 때, 성지의 경계 나무 몇 그루가 뿌리를 잘 내리지 않아 시름시름 앓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도회 장상 신부님과 상의하고, 본당에서는 사목회와 논의한 후에 기존의 그 나무들은 대형 화분에 옮겨 심은 후 성지 마당 앞 형장 주변에 가지런히 놓기로 하고, 크고 튼튼한 경계 나무를 새롭게 심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특히 경계 나무들이 잘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자 전문가와 상의를 해서 만반의 작업계획을 짰습니다. 좋은 수종의 나무를 구하고 작업에 필요한 장비 등을 잘 갖춰 땅을 깊이 판 후에 나무들을 심기로 한 것입니다. 그렇게 준비를 다 마치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기 전날, 친한 동창 신부님과 안부 통화를 했습니다. 대화중에 동창 신부님은 내게 묻기를,

“석진아, 내일은 뭐 해?”

“응, 내일, 우리 성지 주변에 새로운 나무를 심기로 했어. 그래서 조경 전문가와 기술자 분들이 오셔서 작업을 할 건데.”

“그렇구나. 그러면 작업할 때 넌 거기서 뭐 할 건데?”

“나? 내가 뭐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그냥 작업하는 거 지켜보는 거지.”

“석진아. 그러지 말고…, 음, 아니다. 내가 내일 아침에 성지로 갈게.”

“아니, 왜? 시간 있어?”

“내일 하루 시간을 내지 뭐. 음, 기술자 분들은 아마도 6시30분이나 7시에 와서 작업을 시작할 거니까, 그 전에 내가 가도록 할께.”

‘헐… 갑자기… 이게 무슨 상황일까! 밑도 끝도 없이 동창 신부님이 내일 새벽에 성지에 온다니! 뭐, 작업하는 거 구경 오는 거겠지.’ 동창 신부님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정말로 동창 신부님은 6시 즈음에 성지에 왔는데, 양손 가득 뭔가를 들고 있었습니다. 세상에나! 샌드위치와 음료수 등 먹거리를 넉넉하게 가지고 온 것이었습니다. 그런 다음 작업하시는 분들이 아침식사를 가볍게라도 드실 수 있도록 음식을 펼쳐 놓았습니다. 때마침 6시30분 즈음 되어 작업하시는 분들이 성지에 도착했습니다. 그때 동창 신부님은 그 분들에게 말하기를,

“안녕하세요. 혹시 아침식사 안 하셨으면 여기서 샌드위치랑 따스한 차, 커피 드세요.”

그러자 그분들은 환하게 웃으시며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셨습니다. 그런 다음 바로 작업을 시작하셨습니다. 동창 신부님은 아예 작업복도 가지고 왔고, 그분들이 작업할 때 옆에서 마치 조수처럼 도왔습니다. 나 또한 하는 수없이(?) 사제관으로 들어가 작업복을 갈아입고, 그분들과 동창 신부님 함께 여러 가지 일들을 거들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그분들은 근처의 식당에 가서 식사를 해결하셨고, 동창 신부님과 나는 성지 근처 분식점에서 간단히 점심밥을 먹었습니다. 오후 작업 때에도 그분들이 잠깐씩 쉴 때, 동창 신부님은 그분들에게 간식을 대접해 드렸습니다. 작업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마무리 됐습니다. 오후 4시가 좀 넘어 모든 일들이 다 끝났을 때, 그분들은 내게 말했습니다.

“신부님, 일이 다 끝났는데 혹시 성지 주변에 정리할 거나 뭐, 다른 할 일이 없나요? 우리 승합차에 웬만한 연장들이 다 있어요. 말만 하세요. 우리가 보너스로 다른 일들도 다 해 드릴 테니.”

생각지도 않게 고마운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하기로 한 일 보다, 더 많은 일을 해 주겠다고 자청하시니….

(다음 호에 계속)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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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8-04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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