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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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신앙살이] (552) 민간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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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저녁부터 점점 목이 붓더니 점차 강도가 심해졌습니다. 순간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그래서 내 행적을 추적해 보았지만 딱히 특별한 일은 없었습니다. 그저 성당에 머물렀고, 매일 미사를 드렸으며, 마스크를 잘 쓰고 다녔는데! 본당 신자분들도 방역 수칙을 잘 지켰기에 코로나19에 감염될 일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목이 부어오니 예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증상이 무섭다고 하던데…, 혹시 내가! 그럼 내일부터 본당 미사는 어떡하지!’

암튼 다음 날 병원 갈 결심을 했고 일찍 잠을 청했습니다. 혹시 감기나 몸살이 아닐까 싶어, 겨울 점퍼를 입고 땀을 뺄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열대야가 한창일 때에 겨울옷을 입고 누웠는데, 땀이 비 오듯 쏟아졌습니다. ‘이러다가 탈수 현상이 오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순간, 예전에 어느 교우 분께서 코나 목이 아프면, 소금물을 코에 넣어서 입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면 좋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래 맞다. 코에다 소금물을 넣고 목을 소금물로 가글을 하면 좋겠다.’

한 여름 날 겨울옷을 입고 땀을 줄-줄 흘리던 몸으로 사제관 주방에 갔습니다. 그리고 물에다 소금을 넣는데, 얼마만큼 넣으라고 했는지 그 양이 생각나질 않았습니다. 암튼 이왕 하는 것, 국그릇에 물을 담고 소금을 왕창 넣어 숟가락으로 잘 저었습니다. 그런데 코에다 소금물을 넣을 방법도 몰랐습니다. 어느 그릇, 어떤 통에 소금물을 담아 코 안으로 소금물을 부을 것인지. 밥그릇, 국그릇, 반찬접시 등 적당한 그릇을 찾았지만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진한 소금물이 담긴 국그릇을 보면서 생각하기를 ‘국그릇에 코를 박은 후, 코로 소금물을 들이킬까! 그렇다면 코를 박기에는 국그릇이 작은데….’ 이런 고민을 하는 순간, 여행 중에 액체류를 담으려고 놓아둔 작은 약통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래, 저기에 소금물을 담아서 코에 부으면 되겠다.’ 마치 대단한 것을 발견한 사람처럼 좋아했습니다.

이어 화장실로 가서 고개를 옆으로 한 채 약통에 담긴 소금물을 코에 붓는데, 으악 - 어찌나 짠물이 코로 들어간 후 목으로 나오던지! 얼굴과 목, 가슴 등 몸 전체가 소금물 범벅이 되었습니다. 그런 다음 정신을 차려 코를 푸는데, 놀라운 건 시커먼 이물질들이 잔뜩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내 콧속에는, 정말이지 내가 모르는 시커먼 먼지들이 엄청 있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전날과 그 날, 나무를 전정하는 동안 나무에 있는 먼지들을 마셨던 것입니다.

오른쪽 코를 세정한 다음 왼쪽 코에 소금물을 집어넣으려는데 사실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왠지 모를 용기가 마구 솟구치더니 왼쪽 코에 소금물을 줄줄 부었고, 그렇게 코 소독을 양쪽으로 세 번 네 번 정도를 했던 같습니다. 눈에서 소금물이 줄줄 흘렀고! 생각해보면, ‘왠지 모를 용기’는 바로 본당 교우들의 얼굴이었습니다. 주임 신부로서 교우들 얼굴이 떠오르자 어떠한 힘과 용기가 났던 겁니다. 코로나19로 교우들과 미사를 하지 못할 걱정도 했었는데, 교우들과 미사를 할 수 있다면야 양잿물이라도 마시겠다는 생각을 했던 겁니다.

그런 다음 방으로 돌아와 겨울옷을 벗은 후, 선풍기를 ‘약’으로 틀어 놓은 다음 시원스레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새벽 눈을 떴는데, 목 아픈 건 없어졌고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이내 곧 하느님을 찬미했습니다. ‘소금을 만들어 주신 하느님은 찬미 영광 받으소서! 소금과 물들아 하느님을 찬미 하여라, 아멘.’

본당에서 신자들과 산다는 건 신자들을 사랑하겠다는 결심은 물론이고 신자들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긴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사실 이 마음이 오래가지 않아서 문제지, 하루하루 이런 마음으로 살다본다면 그것도 본당 신부로 살아가는 맛이 아닐까 합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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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9-15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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