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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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아는 만큼 보인다] 88. 봉헌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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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자들은 ‘청빈, 정결, 순명’을 서원합니다. 이 서원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실 수 있습니다. ‘청빈’은 ‘하느님을 소유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세상 재물이나 명예에 대한 욕심이 없습니다. ‘정결’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행복만으로 충분하다는 마음’입니다. 정결하지 않은 이들은 육체적이고 세속적인 쾌락에 빠집니다. ‘순명’은 ‘하느님만을 주님으로 섬기고 순종하려는 마음’입니다. 수도회 장상은 물론이요. 주님 뜻을 전해주는 모든 이에게 순종합니다.

그런데 이 ‘청빈, 정결, 순명’은 ‘순결한 신부’ 덕입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혼인했음에도 배우자에게 충실하지 못한다고 생각해봅시다. 그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왜냐하면, 배우자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결하지 못합니다. 배우자에게서 오는 행복으로 충분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리고 순종하는 마음도 없습니다. 배우자 뜻이 하느님 뜻일 수 있음을 헤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청빈, 정결, 순명’의 ‘복음삼덕’(福音三德)은 ‘순결한 신부가 되기 위한 덕’입니다. 무엇보다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기 위한 덕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 옆구리에서 나온 성사로 태어난 새 하와입니다. 특별히 수도자들은 그리스도의 순결한 신부 모델을 보여줍니다. 수도자들은 그리스도의 신부가 되기 위해 복음삼덕이 왜 중요한지 삶으로 증거합니다. 사람들은 수도자들을 보면 어려운 삶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그리스도를 신랑으로 사랑하는 참 행복을 누립니다. 그리고 그 행복은 복음삼덕을 닦는 만큼 커집니다.


물론 복음삼덕을 서원했다고 바로 청빈해지고, 정결해지고, 순종적일 수는 없습니다. 오랜 본성이 변화하는 과정을 겪어야 합니다. 아기가 결심했다고 두 발로 바로 걸을 수는 없는 것과 같습니다. 수도자들도 그리스도의 순결한 신부가 되기를 방해하는 옛 본성인 ‘소유욕, 육욕, 교만’과 죽기까지 싸워야 합니다. 이를 전통적으로 ‘삼구’(三仇: 세 가지 원수)라 부릅니다.(377항 참조) 이 세 욕망은 마치 외도하는 배우자처럼 그리스도인을 타락시킵니다. 아담과 하와는 뱀의 유혹에 속아 이 세 욕망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모든 인간이 삼구를 이기지 못하는 상태로 태어나는 데 이것은 원죄 때문입니다.

삼구를 이기고 ‘원초적인 거룩함’(375항)과 ‘원초적인 의로움’(376항)을 다시 회복하려면 무기가 필요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당신 친히 광야에서 40일 동안 유혹받으시며 삼구를 이길 세 무기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이것이 ‘복음삼덕’입니다. 복음삼덕은 육체 욕망을 이기는 ‘정결’, 재물 욕구를 이기는 ‘청빈’, 그리고 교만 욕구를 이기는 ‘순명’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욕망으로 이 세상에 빚어진 멸망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게”(1베드 1,4)하시기 위해 세상에 오셨고, 복음삼덕으로 삼구를 이기는 이들을 당신 신부로 맞아들이십니다.

수도자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과 싸웁니다. “세속으로부터 더욱 철저하게 격리되어 고독의 침묵과 줄기찬 기도와 참회 고행”(920)을 하는 ‘은수 생활’이 있고,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표징이 되기 위한 봉헌의 삶을 사는 ‘동정녀들과 과부들’(923 참조)도 있습니다. 복음삼덕을 서원하고 공동생활을 하며 “그리스도와 교회에 대한 일치의 증거”(925)로 “스스로 구세주의 신부임을 인정”하며 사는 ‘수도자들’이 있고, 세상 속 자신 삶의 자리에서 복음적 권고를 적용하며 살아가는 ‘재속회’(929 참조)도 있습니다. 물론 정식적인 “수도 서원 없이 그 단체에 고유한 사도적 목적을 추구하고 고유한 생활 방식에 따라 형제적 공동생활을 하면서 회헌을 준수”(930)하는 ‘사도 생활단’도 있습니다.

봉헌생활 형태가 이렇듯 다양하지만, 그 공통된 목적은 ‘복음삼덕으로 자기 자신을 이겨 순결한 그리스도의 신부요 증거자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신부 모델로 자신을 봉헌한 수도자들은 “선교 활동에 특별히 열중할 의무가 있습니다.”(931) 수도자들이 복음삼덕을 서원할 때 동시에 그리스도의 신부로서 ‘혼인 반지’를 받습니다. 그 혼인 반지를 끼고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복음을 전하는 일입니다.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얼굴을 찡그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삼용 신부 (수원교구 영성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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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9-22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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