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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수용소에 끌려간 사제가 느낀 복음 이야기

감춰진 하느님 나라 / 엘루아 르클레르 지음 / 연숙진 옮김 / 분도출판사 / 1만 70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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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에 나치 강제수용소에 끌려간 젊은 신부는 구타와 학살 속에서 하느님의 부재를 만난다. 엄청난 불안과 두려움을 마주하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외쳐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하느님의 침묵을 통해 인간으로서 버림받음과 죽음을 경험한다.

‘하느님이 침묵하시는 죽음의 밤에도 복음은 여전히 의미가 있는가?’ 젊은 신부는 강제수용소의 화장터 가마에서 새어 나오는 옅은 불빛에 의지해 복음서를 읽었다.

프랑스 출신의 엘루아 르클레르 신부의 이야기다. 그는 1927년 랑데르노에서 태어나 18살에 아미앵의 작은형제회에 입회했다. 1940년에 첫서원을 했지만 3년 후 나치에 의해 강제 징용돼 독일 쾰른 역에서 하역 운반수로 노역했다. 이듬해 반나치 혐의로 체포돼 부헨발트 강제수용소에 끌려갔다. 1945년 다하우 수용소로 이송되면서 생지옥을 경험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서 어디서나 억눌리고, 으깨어지고, 홀로 버려진 채 죽어가는 인간들을 발견한다. 르클레르 신부는 복음서를 펼치며 ‘복음이 인간의 비극과 무관한 사랑의 메시지라면, 복음은 한낱 아름다운 꿈이 아닐까?’ 하며 의문을 품는다. 그러나 복음서를 다시 읽으며, 아버지의 사랑을 알리고자 했던 예수도 버림받음과 하느님의 부재라는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을 했다는 사실에 놀란다. 예수의 고통을 따라가면 하느님의 부재를 외치는 장소를 만나게 된다.

저자는 예수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사셨는지, 나자렛 예수가 겪은 경험을 생생히 되살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그는 버림받음과 죽음이라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한 예수의 생애와 말씀을 통해 하느님 침묵의 의미를 탐험한다.

르클레르 신부는 머리말에서 “우리는 하느님의 침묵이 너무도 자주 하느님의 부재로 느껴지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하느님의 침묵이 역설적으로 복음을 이해하기 좋은 때라고 말한다.

2016년 95살의 나이로 눈을 감은 르클레르 신부는 주로 아시시의 프란치스코의 삶과 영성에 관한 글을 썼다. 1983년까지 메츠수도원에서 철학을 가르친 후, 수년 동안 홀로 수도생활을 했다. 강제수용소에서의 고통스러운 경험을 바탕으로 쓴 「아시시에 태양은 떠오른다」(1999)는 책이 있다. 주요 저서로 「가난한 이의 슬기」(1959)「피조물의 노래」(1970) 「사막과 장미」(2000)도 있다.

이지혜 기자 bonaism@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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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19-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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