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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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주의 신비 담긴 선율, ‘묵주 소나타’를 아시나요?

17세기 하인리히 비버가 작곡한 바이올린 연주곡 ‘묵주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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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후반 음악가 하인리히 비버는 묵주 기도의 신비를 담은 ‘묵주 소나타’ 또는 ‘신비 소나타’로 불리는 곡을 지었다.


그리스도와 성모 마리아 행적 담은 
15개 묵주 기도의 신비를 표현 
1890년 악보 발견되며 주목 받아
다양한 음색으로 신비감 극대화




코로나19 팬데믹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서일까. 10월 ‘묵주 기도 성월’을 맞아 성당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묵주 기도 소리가 유난히 아름답게 들린다.

이 아름다움을 악보에 그려 선율로 담아낸 이가 있다. 바로 17세기 후반을 풍미했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 하인리히 비버(HeinrichBiber,1644-1704)다.

비버가 활동했던 시기는 종교개혁 이후 신·구교가 대립하던 때다. 개신교가 가톨릭의 마리아 공경을 반박했다면, 가톨릭은 교회의 오랜 전통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성모 마리아에 대한 신학과 예술을 더욱 발전시켰다. 바흐보다 한 세대 전 인물인 비버는 지금의 체코에서 태어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대주교 궁정 음악가로 활동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가톨릭 국가로, 당시 묵주 기도는 신자들의 신앙심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가톨릭의 교리를 드러내는 신앙 의식이기도 했다.

묵주 기도의 핵심은 ‘신비’다. 15개의 신비는 성모 마리아와 그리스도의 행적이다. 비버는 이 ‘신비’를 바이올린 소나타로 풀어냈다. ‘묵주 소나타(Rosenkranz-Sonaten)’ 또는 ‘신비 소나타(Mysterien-Sonaten)’로 불리는 이 작품은 수태고지로 시작해 예수님이 성장하는 환희의 신비, 수난을 당하고 십자가에 못 박히는 고통의 신비, 예수님이 부활하고 성모님이 승천하는 영광의 신비를 각각 5곡씩 묶고, 마지막에 바이올린 독주 파사칼리아를 앙코르처럼 붙였다.(‘빛의 신비’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2002년에 추가했다.)

난해하다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묵주 소나타’는 오랜 세월 잊혔다가 1890년 뮌헨 국립도서관에서 필사 악보로 다시 발견되었다. 표지가 없어 작곡 시기와 곡의 용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20세기 초 악보로 정식 출판돼 주목받았다.

바로크 시대 기교적으로 뛰어난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비버는 당시로는 보기 드문 파격적인 연주 기법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바이올린 연주 양식을 한 단계 높인 인물로도 손꼽힌다.

그래서인지 ‘묵주 소나타’ 악보에는 15개의 소나타가 시작하는 곳마다 곡 내용을 설명하는 작은 동판화가 그려져 있다. 예수님의 잉태부터 성모 승천까지 열다섯 신비를 묘사한 것이다. 또 까다로운 테크닉을 적용했다. 곡마다 현의 조율을 달리하는 ‘스코르다투라(scordatura)’와 두 현 또는 그 이상의 현을 동시에 긁어 마치 두 개의 악기가 연주하는 듯한 소리를 내는 ‘더블 스토핑(double stopping)’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음색과 현란한 기교로 각 신비의 내용을 극대화한다.

두 시간에 달하는 비버의 ‘묵주 소나타’는 그야말로 신비로운 기도의 향연이다. 성경적인 소제목이 달린 15곡을 내리 듣다 보면 저절로 성모 마리아와 함께 그리스도의 생애를 톺아보게 된다. 그 모든 환희와 고통, 영광의 과정을 그리듯이 음악으로 표현한 비버의 영성과 음악적인 비범함에 새삼 놀라게 된다. 16번째 곡 파사칼리아에는 특별히 ‘수호천사(The Guardian Angel)’라는 제목이 붙는데, 우리 모두의 수호천사인 성모님과 함께 그리스도의 신비를 걷길 바라는 비버의 속 깊은 바람이 아닐까!
 
※QR 코드를 스캔하시면 비버의 묵주 소나타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윤하정 기자 monica@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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