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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곁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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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6월 남영동 대공분실. 세 아이의 엄마였던 김순자씨는 영문도 모른 채 이 곳에 끌려왔다. 양팔이 묶여 끌려간 대공분실에서 수사관은 “간첩질을 불라”며 김씨에게 욕설을 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김씨는 그렇게 간첩이 됐다.

누구에게도 사과받지 못한 채 37년이 흘렀고, 김씨는 다시 끔찍한 현장에 섰다. 정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던 김씨는 이윽고 눈물을 쏟아냈다. 다음 방문 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철판 계단을 오르내리며 묵은 감정을 털어냈다. 방문이 계속될수록 김씨는 차분하게 상황을 복기하듯 공간을 돌아봤다. 그리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제대로 바라보기조차 어려웠던 공간을 정면으로 마주보게 된 김씨의 내적 변화는 사진에 그대로 투영됐다. 그때서야 비로소 김씨는 평생을 괴롭혔던 분노와 두려움을 덜어낼 수 있었다.

김순자씨의 긍정적인 변화는 임종진(스테파노)씨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진심리상담가인 임종진씨는 국가폭력이나 부실한 사회 안전망으로 상처를 입은 이들의 마음회복을 돕고 있다. 그간 5·18 고문피해자, 7~80년대 간첩조작 피해자. 세월호 유가족 등을 만나 사진이 지닌 치유와 회복의 힘을 전했다.

「당신 곁에 있습니다」는 ‘사람이 우선인 사진’을 찾아온 사진치유자의 따뜻한 여정을 담은 책이다. 일간지 사진기자였던 임씨가 사진치유자가 된 것은 현실이 아닌 인간의 존엄성을 포착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임씨는 캄보디아로 떠났고 사람이 우선인 사진을 찾기 시작했다. 임씨는 “어려운 상황 속에 놓인 이들이 슬프거나 고통스럽기만 한 단편적인 존재가 아니라 기쁨과 소망을 품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 존엄한 존재로 보이기 시작했다”라며 “그리고 이것은 나의 선한 시선과 의지에 의해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원래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삶의 원형이 그러함을 알게 된 덕분이었다”라고 말했다. 그가 찾은 사진의 방향성은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이어졌다.

사진이 가진 치유의 힘을 믿었던 임씨는 대학원에 들어가 상담심리교육을 전공하고 사진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리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만나 사진을 통해 위로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책을 통해 임씨가 사진을 통해 사람들과 웃음과 기쁨을 나눴던 48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임씨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어떻게 사람을 바라볼 것인가라는 자문을 스스로 내려놓지 않으며 다시 신발끈을 고쳐 매는 것이 아닐까”라며 “나는 여전히 카메라를 들고 누군가의 곁에 함께 서있고 싶다”는 말로 책을 마친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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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2-18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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