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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하느님은 원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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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없다”라고 하는 이들은 무신론자들이다. “하느님은 있다”고 하는 이들은 신앙인들일 것이다. 그러면, “그런 하느님은 원래 없다”라고 말하는 이는 누구일까?

한광석 신부(대전교구 홍성 광천본당 주임)는 자신의 책에 「그런 하느님은 원래 없다」라는 제목을 붙였다. 하느님은 있다는 말인가 없다는 말인가? 하느님은 존재하시지만, 사람들이 제각기 자기 상상으로 헛되이 믿는 그런 모습은 아니라는 말로 들린다.

자연재해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미소함을 깨닫고 절대자에 의지하거나, 혹은 피조물에게 비참을 허락하는 그런 신은 없다고 절대자를 부정한다. 세계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있다. ‘하느님이 계시다면 왜 이런 고통을 허락하실까? 혹시 하느님은 없는 것이 아닐까?’ 의아함은 당연하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하느님을 믿어 증거해야 하는가?

「그런 하느님은 원래 없다」에는 무신론, 물질 문명과 과학의 시대에 어떻게 하느님을 믿을지에 대한 사목적 고민이 담겨 있다. 신앙을 잃은 조카와의 대화를 나누듯, 저자는 삼촌의 마음으로 무신론과 과학기술, 악과 고통의 문제를 고민한다. 신학서적을 지향하지 않아 쉽게 읽히는 문체와 흥미를 일으키는 서술이 장점이지만, 주제와 내용은 신앙과 신학의 깊은 영역을 다룬다.

6개장의 첫 장은 “과연 하느님이 계실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현대인들의 무신론적 경향을 다룬다. 이어 악과 고통의 문제, 기도, 물질과 재화, 성(性)을 다루고, 마지막에는 인공지능 시대의 신앙에 대해 고민한다. 각 장의 말미에는 고민을 심화할 수 있는 참고서적들을 추천하고, 대중문화 및 사회현상을 주제와 관련해 성찰한다.

쉽게 읽히지만 고민은 가볍지 않다. 모두 신앙과 신학의 가장 중요한 주제들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문제들에 맞닥뜨렸을 때, 잘못 생각하고 상상된 ‘그런 하느님’의 모습에 현혹되지 말라고 당부한다.

우선 저자는 그리스도교 신앙과 진지한 무신론이 공통점을 갖는다고 말한다. 참된 무신론은 신앙을, 참된 신앙은 무신론을 이해한다. 오히려 가장 결정적인 잘못은 무신론 자체보다 무관심, 정신적 나태와 고집, 거만과 위선, 구태의연한 반복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고통은 극복돼야 할 대상이지만, 하느님의 부재를 드러내는 장소는 아니며, 응답 받지 못하는 기도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은 극단적인 금욕주의자도, 극단적인 물질주의자도 아니며, 예수만 믿으면 만사형통이라는 기대는 비현실적이다. 교회는 과학과 열린 자세로 대화하며 ‘새로운 인간관’의 출현까지도 대비해야 한다.

저자는 숱한 의문들을 극복하고 하느님을 우상으로 만드는 것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예수의 삶과 가르침을 하느님 이해의 중심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성공회 신자였던 C.S. 루이스는 아내를 암으로 잃고, 하느님을 무자비한 교도관, 생체 해부자, 그리고 자기 피조물의 고통을 보고 즐거워하는 우주적 정신이상자로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씨름하던 대상은 하느님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하느님 상(像)이었음을 알게 됐지요.”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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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0-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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