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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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터뷰] 영화 <뜨거운 안녕> 남택수 감독

“죽음마저도 구원 위한 하느님의 각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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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 앞둔 이들 이야기 영화에 담아
12주 호스피스 봉사교육 직접 체험
“인식 낮은 호스피스 교재 됐으면”

 

 
▲ 호스피스 봉사를 통해 ‘죽음’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 영화감독 남택수씨가 모현 호스피스 손영순 수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는 자신의 영화 <뜨거운 안녕>을 통해 아름다운 호스피스의 이야기들을 전하고자 한다.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진 한 남자가 전화를 걸었다. 모현 호스피스. 2009년 일간지에 등장한 모현 호스피스 손영순 수녀(까리따스·마리아의 작은 자매회)의 이야기를 보고난 직후였다. 주위의 아끼던 사람들을 유달리 많이 떠나보내며 절망했던 남자에게 죽음과 바로 마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봉사자로 모현 호스피스와 첫 인연을 맺은 남택수(다니엘)씨는 그래서 영화 ‘뜨거운 안녕’의 감독이 됐다. 죽음을 눈앞에 두었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삶에 응답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 호스피스 봉사자들은 그동안 그가 가진 ‘죽음’에 대한 부정적 공식을 조금씩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이 결코 비극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름다운 축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요. 호스피스 이야기가 타인의 삶에 위안과 용기가 될 수 있고, 그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마치 제 사명처럼 느껴졌어요.”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운전면허와 자서전, 여행을 준비하며 사는 사람들을 보며, 그는 아름다운 호스피스의 이야기들을 조심스레 원고로 옮겼다. 실제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그가 호스피스에서 만난 실제 인물들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부모를 곧 떠나보낼 6살 아이에게 ‘이별’을 일러주며 엄마가 천사가 돼 지켜줄 것이라는 약속을 하고, 엄마가 천사가 된 것을 믿는 아이가 엄마의 산소마스크에 국화꽃을 놓은 모습은 호스피스 안에서 실제로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다.

“투자를 지원받지 못해 참 힘들었지만 70번 가량 원고를 고치면서 영화작업을 계속했어요. ‘상업성 짙은 영화가 난무하는 시대에 돈도 안 되는 영화를 왜 하느냐’고 수녀님들이 말렸지만 사회적으로 인식이 낮은 호스피스에 대한 교재라도 만들어 보겠다는 신념이 있었습니다.”

그는 12주에 걸쳐 호스피스 봉사교육을 받으며 이해도를 높이고, ‘불사조밴드’를 결성해 환자들을 위한 공연도 4년째 지속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정성을 알고 주위 사람들도 영화작업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임원희, 백진희 등 배우들도 모현 호스피스에 방문해 적극적으로 호스피스를 체험했다.

“저는 세상에 이러한 이야기가 알려질 수 있도록 쓰이는 도구 같아요.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죠. 대본 리딩하면서 정말로 울고, 웃고 스탭과 배우들 모두 참 따뜻하게 작업한 영화 같아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을까. 그는 ‘여전히 죽음은 두려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죽음마저도 인간의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각본이라는 것과 모든 이의 삶과 죽음에는 의미가 있다는 생각은 예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다.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위안과 웃음,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타인과 나누는 삶을 살 때, 인생은 행복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제 삶 또한 하느님의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의미 있는 삶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죽음이라는 커다란 물음표 앞에 그는 아직 서 있다. 하지만 외롭지는 않다. 생과 사의 기로에서 추억을 나누어준 많은 선배들이 있기 때문이다. 모현 호스피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다룬 영화 ‘뜨거운 안녕’(99분, 12세 관람가)은 5월 30일 개봉한다.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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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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