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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터뷰] 숲·바람 부채전 여는 김정순 수녀

신앙 담은 부채로 나누는 한국화 “행복”/ 시편 성경 구절로 제목 인용 ‘눈길’ / 서울 성북동 기도의 집에 수익금 봉헌/ 16일까지 서울 하비에르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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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화에 신앙을 담아 부채 위에 전하는 김정순 수녀.
그는 작품을 그리며 삶 안에서 행복했던 시간을 다른 이들과 작게나마 나누길 희망했다.
 
 
한국화를 통해 신앙을 배운다. 첫째, 먹을 갈며 묵상할 수 있다. 둘째, 스케치를 위해 바라본 주변의 자연경관은 하느님이 만든 놀라운 손길을 재발견하게 한다. 셋째, 한국화의 아름다움으로 손꼽히는 여백은 ‘비운다’는 의미에서 신앙과 꼭 닮아있다.

김정순(클라리나·툿찡포교베네딕도수녀회서울수녀원) 수녀의 이번 ‘숲·바람 부채전’은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화에 신앙을 담아 부채 위에 전하는 특별한 시도다. 2001년, 은경축을 맞아 시작한 한국화 작업을 통해 그는 스승 곡천 이정신(윤일요한) 선생을 만났다. 스승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이번 부채전의 작품들은 모두 57점. 하나하나 수녀의 고민과 노력,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

“수녀원 안 유치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소임과 더불어 수도생활을 하며 시간을 쪼개 그림 작업을 하다 보니 큰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웠어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자 떠올린 것이 부채예요. 다른 수녀님들이 외국에 가실 때 몇 개 그려서 종종 선물로 드렸던 경험도 있고요.”

그는 크고 작은 부채 안에 한국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굽이치는 파도와 떠오르는 태양, 아름다운 사군자, 소나무 아래 오도카니 놓인 성당은 부채에 담겨 선선한 바람과 함께 한국의 향기를 전했다. 부챗살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녹록치 않지만, 오랜 기간 연습하다보니 이제는 반질거리는 종이보다 울퉁불퉁한 부챗살이 오히려 친근하고 정겹다.

“제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니 하느님도 좋아하시겠지요. 제 달란트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함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기쁩니다. 스승 곡천 선생님과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수녀회의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그는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해 부채를 전시하는 서울 성북동 기도의 집에 수익금을 봉헌할 예정이다. 작품을 그리며 삶 안에서 행복했던 시간을 다른 이들과 작게나마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다.

그림마다 제목을 붙이는 대신 수도생활을 하며 자주 읽었던 성경, 그 가운데 시편의 구절을 인용했다. 자칫하면 평범하게 보일 수 있는 한국화가 신앙의 진한 향기를 머금은 셈이다. 소나무 절벽 옆에 떠오르는 해의 그림은 ‘바다도 그분 것, 몸소 만드시었네. 마른 땅도 그분 손수 빚으시었네’(시 95,5)와 같은 아름다운 구절을 머리에 달았다.

“그림을 그리는 즐거움과 약간의 시간을 허락하신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 또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수도생활을 열심히 하면서 삶 안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다른 분들에게 조그마한 보탬이 되며 살고 싶습니다.”

숲·바람 부채전은 6월 16일까지 성북동 기도의 집(서울 성북구 성북동 60-7) 카페 하비에르 갤러리에서 열린다.

※문의 02-747-8510 성북동 기도의 집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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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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