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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터뷰] 제12회 문신미술상 수상 조각가 고정수씨

“어머니의 힘은 내 작품의 모티브”/ 40여 년 올곧게 ‘강인한 모성’ 작품에 투영, 故 김추기경 조각상 작업이 유일한 곁눈질, 감성 묶이지 않는 ‘자유예술가’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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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각가 고정수씨가 자신이 조각한 김수환 추기경의 반신상을 바라보고 있다.
 

 
▲ 너에게 평화가 있기를-II

어머니, 아내, 장모. 세 여인의 강인한 모습은 조각가 고정수(프란치스코·67·서울 대치2동본당)씨를 존재하게 했다. 허약한 현대의 여인상이 아닌, 수더분하고 펑퍼짐한 6등신의 여인네들은 세상풍파에도 끄떡하지 않은 채 생명을 잉태하고 먹이고 입혔다.

1983년 첫 회 개인전부터 최근까지 변함없이 한국의 여성상을 조각해온 그에게 제12회 문신미술상 본상이 주어졌다. 40여 년 넘게 오로지 생명력 넘치는 여체를 조각했던 투철한 그의 작가의식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돌과 브론즈 등 무엇보다 단단한 재료들은 모성의 부드러움과 아름다움, 넉넉함과 따뜻함 등으로 변화해 있다.

“어려웠던 유년시절, 어머니의 지난한 삶을 바라보며 모성은 부성보다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지요. 숱한 고생을 하시면서도 저를 미술대학에 진학시켜주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립니다. 어머니의 힘은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에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에 붙었다는 합격증을 들고 그가 뛰어왔을 때 어머니의 마음은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사고로 받은 위자료마저도 아들의 대학등록금으로 내놓을 만큼 강인했다.

강인한 모성을 통해 얻은 작품의 모티브는 국전 대상을 비롯해 다양한 미술전에서의 수상,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 조선대 미술대학 조소과 학과장 등을 역임하게 했다.

반세기에 걸친 모성에 대한 끝없는 갈구는 신앙 안의 성모신심으로 이어졌다. 최근까지도 그는 매일 까떼나(Catena)를 봉헌하고 성경공부를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아직 자신의 신앙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지만, 많은 묵상을 통해 영감을 얻으면 성모상 조각도 계획하고 있다.

여인상만을 조각해온 그의 유일한 곁눈질은 고 김수환 추기경의 반신상을 조각한 일이다. 1998년 서울 예술의 전당에 마련됐던 특별기획전 ‘마니프 서울국제아트페어 - 한국을 움직이는 힘’에 출품한 이 작품은 국내 각 계층의 리더 50명 가운데 하나로서 가장 거대한 규모로 놓여졌다.

당시 그는 김 추기경의 안경과 시계, 묵주반지, 이마에 있는 흉터까지도 운전기사와 수녀들의 고증에 의해 사실대로 표현하고자 했다. 현재 이 작품은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과 가톨릭대학교 전례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울적하거나 부질없는 욕망에 휩싸일 때 수시로 김 추기경님 조각상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스립니다. 그분의 온화한 미소를 보면 세상을 살며 사람을 용서하는 법을 배우고, ‘주님을 따라 올곧이 사는 것이 행복이구나’하고 느낍니다.”

그는 앞으로 ‘자유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계속해서 여인상을 조각해왔지만 그 감성을 묶어놓지 않아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측 불허의 삶에는 예행연습이 없다. 그가 신앙 안에서 매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조각을 해나가는 이유다.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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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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