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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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터뷰] 생활성가 가수로 27년, 유승훈씨

“죽는 날까지 무대에서 생활성가 부르고파”/ 1991년 ‘신상옥과 형제들’로 시작/ ‘허스키한 목소리 성스럽지 않다’ 설움도/ ‘국악과 생활성가의 접목’ 등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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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훈씨는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죽는 날까지 무대에서 생활성가를 부르고 싶다고 말했다.
 

유승훈(프란치스코·46). 6월 28일, 서울 양천성당에서 열린 생활성가 가수들의 축제 한마당 가운데 그가 있었다. 이날은 생활성가 가수 생활 27년을 뒤돌아보는 그의 콘서트이기도 했다. 양천본당의 지원으로 겨우 마련돼 300여 명이 모인 작은 자리였지만, 그와 함께 생활성가를 부르기 위해 모인 가수 선·후배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27년을 생활성가에 미쳐 살아온 그의 과거는 교회음악 역사의 한 페이지다. 일반음악가로 활동하다 찬양의 노래를 부르고 싶어 1991년 같은 본당 선배였던 신상옥씨와 함께 ‘신상옥과 형제들’로 활동했다. 12명, 조촐한 시작이었다.

“상옥이 형과 활동하면서 많은 추억이 있었죠. 전라도 순창성당 잔치에 초청공연 갔을 때를 잊지 못해요. 성당이 한옥이었는데 입구에 돼지 한 마리가 걸려있고. 공연 사례비로 살아있는 닭 2마리랑 고추장 항아리를 받아왔어요.”

마을잔치에 모인 어르신들에게 ‘임 쓰신 가시관’ 등을 부르자 반응이 신통치 않았다. 주님이 성가를 부르라고 여기 오게 하신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가요를 부르며 어르신들과 하나가 되기도 했다. 허스키한 목소리가 매력인 그는 ‘목소리가 성스럽지 않다’는 당시 수도자의 고지식한 이유로 서러움을 겪기도 했고, 1996년 홀로서기를 통해 ‘유승훈 밴드’를 만들어 2000년 서울 신당동 사회복지회 건물에서 음반기획 활동을 하며 큰 성공과 큰 실패를 거듭하기도 했다.

“자신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하느님을 찬양할 수는 없잖아요. 청중도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세요. 생활성가를 들으러 오는 청중만큼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분들이 어디 계시겠어요. 일반음악을 하는 것보다 훨씬 행복해요.”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하지만 그의 활동은 비장애인과 다름이 없다. 그에게 깊은 사랑을 가르쳐주고 떠난 아버지와 어머니를 통해 자존감과 열정, 신앙을 배웠기 때문이다. 특히 어머니와의 소중한 추억은 아직도 생활성가 작업을 계속하며 그를 지탱하도록 하는 힘이다.

그는 수원지역 활동을 거쳐 현재 ‘JJD’라는 이름으로 생활성가에 관한 다양한 녹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JJD’는 그의 가장 순수했던 시절, 처음 생활성가를 접하고 우여곡절을 거쳐 다시 돌아온, 현재의 녹음실이 위치한 인천 작전동의 영어 약자다.

그는 초심으로 돌아가 그동안 꿈꿔왔던 다양한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생활성가의 남녀듀엣, 국악과 생활성가의 접목, 영어 생활성가, 다양한 장르의 생활성가 등 생활성가에 대한 그의 창의적인 생각은 아직도 무궁무진하다.

“이대로 사는 것도 계획이라면 계획이겠지요. 다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죽는 날까지 무대에서 생활성가를 부르고 싶어요. 혹시 모르잖아요. 어느 어르신 생활시설의 성당에서 할아버지 밴드로 하느님을 찬양하고 있을 지도요.”

한 때 사제를 꿈꾸었지만 그 꿈을 고이 접은 청년은 어느새 생활성가 가수를 대표하는 선배 대열에 섰다. 어쩌면 하느님은 청년의 열정을 담은 허스키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의 꿈을 이뤄주기보다 이 자리에 서게 했을지도 모른다.


오혜민 기자 (oh0311@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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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1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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