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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초대석] 어머니 유언으로 냉담 푼 사진작가 어상선씨

어머니 마음 이제 알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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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팡이라는 의외의 단어가 튀어나왔다.
 사진작가 어상선(치릴로, 수원교구 용인 성복동본당)씨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표현해 달라는 질문에 `곰팡이`라는 단어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대중에게 알려진 그의 작품들은 곰팡이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배우 조인성의 샴푸 광고, 상체를 드러내놓은 남녀가 휴대전화를 꼭 쥐고 있는 휴대전화 광고, 공포영화 여고괴담 3번째 시리즈 `여우계단` 포스터 등 그가 세상에 내놓은 광고 사진들은 한결같이 강렬하면서도 농도 짙은 색을 담고 있어서다.

강렬한 자신만의 세계 구축

 "원래 제 사진은 곰팡이에요. 칙칙하고 케케묵은 느낌이죠. 광고 사진은 광고주 의도가 많이 반영되니까 달라요. 요새 찍는 사진들은 많이 밝아지긴 했어요. 그래도 제 느낌과 세계는 담겨있죠."


 
▲ 어 작가는 정작 자신이 찍히는 것을 거부했다.
자신을 드러내놓는 것이 불편하단다.
대신 몇개 찍어놓지 않는 자신의 사진 중에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사진 하나를 어렵게 찾아줬다.
 

 그는 사실 순수사진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순수사진계의 큰 스승인 배병우, 구본창씨 밑에서 사진을 배웠다. 하지만 돈을 벌어야했기에 패션광고, 영화포스터 등 상업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광고주 의견이 많이 반영되는 상업 사진을 찍다보면 작가로서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지 않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어차피 광고주 의도에 제 느낌을 얹어야 하니까요. 그것이 그 작가를 말해주죠. 변화무쌍한 트렌드를 좇기에 급급한 것보다는 그 트렌드에 뒤쳐지지 않으면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놔야 인정받을 수 있어요."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공부가 뒤따라야한다. 하지만 시간을 정해놓은 공부가 아니다. 하루 24시간 일상이 작가에겐 온통 공부와 연구 대상인 셈이다.
 문득 사진작가 취미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잔뜩 기대를 했건만 취미 역시 사진찍기란다.
 "작업할 때는 모든 것을 완벽히 갖춰놓고 찍거든요.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요. 하지만 취미로 찍을 때는 토이카메라라고 조리개와 초점이 고정된 카메라를 써요. 그야말로 카메라가 사진을 찍어주는 거죠. 예전엔 LP도 모으고 구형 매킨토시 컴퓨터 수집도 하고 그랬는데 요즘은 토이카메라 들고 사진찍는 게 취미에요."
 딸 이름을 따서 지은 어 작가의 개인 스튜디오 `어린`에서 진행된 이번 인터뷰는 두달 전 그의 어머니가 선종하지 않았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터였다. 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부모 덕에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무늬만 신자였다.

아내와 주일미사 꼭 참례

 하지만 어머니는 아들과 가족들에게 신앙생활을 열심히 해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 어 작가는 또 성당 신자들이 자기 일 처럼 어머니 장례를 도와주는 것에 감동을 받아 다시 성당을 다니게 됐다.
 "성당에 가는 것 자체로도 행복해하셨던 분이셨어요. 어쩌면 그렇게도 신앙심이 깊으셨는지…. 어머니 돌아가신 후부터 아내와 함께 미사에 빠지지 않고 나가고 있어요. 성당에 가면 저도 마음이 편안해져서 좋더라고요. 매주 마침표를 찍는 느낌이랄까요. 어머니께서 왜 그렇게 성당에 가길 좋아하셨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그는 "어머니 죽음을 계기로 아버지도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계시다"며 "어머니께서 가족들이 신앙 안에서 하나되는 큰 선물을 남기고 떠나셨다"고 말했다. 덕분에 평화신문 인터뷰도 흔쾌히 결심했던 것이다. 아마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는 이런 아들을 흐믓하게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박수정 기자 catherine@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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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08-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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