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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화가 카라바조」 펴낸 고종희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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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희 지음/414쪽/12만 원/한길사

‘카라바조에 빠진 한 연구자의 결실’.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의 저자 서문에 쓰인 이 문장은 책 내용과 저술 동기를 압축하고 있다.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1571~1610)는 이탈리아가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알려져 있다. ‘의심하는 성 토마스’, ‘그리스도의 매장’ 등 직감적이고 현실적인 작품으로 17세기 거의 모든 화가에게 영향을 미치며 바로크 회화를 탄생시킨 거장이다.

1980년대 초 이탈리아 피사대학교 미술사학과의 근대미술사 수업에서 카라바조를 처음 알게 된 한양여자대학교 고종희(마리아) 명예교수는 그때부터 그의 매력에 빠졌다. ‘충격적’이라 할 만큼 미켈란젤로나 다빈치 등 다른 화가들과는 다른 새로운 느낌이었다. 이후 카라바조의 작품이 전시된 박물관과 미술관은 거의 다 찾아다녔고, 관련 책이라면 눈에 띄는 대로 구입했다. 이런 카라바조에 대한 애정은 2018년 우연한 기회에 이번 책을 기획하는 인연으로 닿았다.

고 교수는 퇴직을 계획하며 책 출판을 마음먹던 차에 이탈리아에 여러 차례 방문하게 됐다. 남편 한진섭(요셉) 작가가 지난 9월 16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축복식을 거행한 성 김대건 신부 조각상 제작을 맡은 덕분이다. 이를 계기로 고 교수는 카라바조가 살았던 흔적을 찾아다녔고, 원고를 추가 수정하며 작가와 작품 이야기에 대한 밀도를 높였다. 그런 면에서 이번 책은 미술사 전반에 대한 지식과 현장을 찾아가는 탐사 본능,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비밀이 한데 응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가 숙식했던 나폴리의 식당, 생애 마지막 순간을 보낸 에르콜레 항구 마을과 무덤 등에도 찾아갔습니다. 삶의 현장을 직접 가보면서 내가 마치 카라바조가 되어 그림들 속으로 들어가 그의 마음과 가까워졌던 것 같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고 교수는 카라바조의 고향이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밀라노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책은 가로 24㎝, 세로 28㎝ 대형 판형에 카라바조 작품 73점을 포함, 그와 영향을 주고받은 티치아노, 페테르차노, 미켈란젤로, 루벤스 등의 작품 129점을 실었다. 고 교수는 카라바조가 살았던 시대적·지역적·정치적 배경과 그의 작품을 생애 순으로 엮었다.

“카라바조는 당시 엄청난 후원을 받았는데, 이는 당시 교회가 추구하던 정신을 그림으로 한눈에 보여주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고 교수. 그는 “루터의 종교개혁에 직면해 가톨릭교회에 일었던 전반적인 쇄신 운동은 미술계에도 영향을 미쳤고 카라바조는 그것을 기가 막히게 이미지화했다”고 덧붙였다. 고 교수는 카라바조가 서민과 집시, 부랑자 등을 등장시켜 시사한 삶의 진실과 ‘맨발’로 드러낸 가난의 모습은 당시 개혁 운동 일환으로 반향을 일으킨 프란치스칸 정신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카라바조는 자연도 단순한 장식물로 보지 않고 신의 창조물로 인식했으며, 거기에 인간의 생로병사를 입혔다. 정물화도 그가 그리면 특별했던 이유다.

르네상스 판화를 주제로 피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고 교수는 “연구하는 르네상스 작품 대부분이 성화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성화가 전공 영역이 됐다”고 말했다. “작지만 사회에 공헌할 부분이 있다면 성화를 알리는 일”이라는 고 교수는 “삶의 모토가 ‘하느님께 영광을 사람들에게 도움을’인데 저술 작업은 그 일환”이라고 밝혔다. “독자들이 카라바조가 얼마나 중요한 화가인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다면 미술사가로서 큰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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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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