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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우경식」, 자신을 녹여 잊힌 이들 치유했던 거룩한 삶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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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경인로100길, 영등포의 화려한 쇼핑몰 거리 옆 쪽방촌 입구에 자리한 ‘요셉의원’의 사명은 ‘가난한 환자들에게 최선의 무료 진료’다.


올해로 개원 37주년을 맞는 이 특별한 병원은 개원 초기부터 현재까지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 지원 없이 순수 민간 후원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해 2월 말 현재, 의사 120명을 포함한 연인원 600여 명의 자원봉사자와 후원자 약 6700명의 도움으로 하루 평균 100여 명이 진료받는다.


이곳의 겨자씨 역할을 한 고(故) 선우경식 원장(요셉, 1945~2008)은 가난한 환자들을 ‘의사에게 더할 수 없이 소중하고 고귀한 꽃봉오리’로 여기며 평생을 가난한 환자의 무료 진료에 헌신했다.


「의사 선우경식」은 요셉의원의 선우경식 원장에 대한 공식 전기이자 유일한 전기다. 그동안 방송사 다큐멘터리나 기사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만 전해졌던 선우 원장의 삶과 진면목을 잘 들여다볼 수 있다. 이충렬(실베스테르) 작가는 수천 페이지에 이르는 각종 자료를 검토하고, 많은 사람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며 이 책을 썼다.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이후 돈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을 돌려보내야 하는 냉혹한 현실을 접하는 이야기에서부터, 미국으로 건너가 전문의로 일하다가 부유한 미국 의사의 삶을 거부하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의료 봉사의 길을 찾은 모습, 요셉의원을 설립하고 운영해 가는 과정이 충실히 복원돼 있다. 암 투병 중에도, 생의 마지막까지 환자 진료를 놓지 않았던 장면은 자신을 태우고 녹여 빛을 내는 촛불을 떠올리게 한다.


1987년 신림동 사거리에 설립된 요셉의원에서 10년, 영등포역 옆의 현재 위치로 병원을 이전한 1997년부터 선종한 2008년까지 11년 등 21년을 요셉의원 원장으로 근무한 고인은 숱한 우여곡절 속에서도 꿋꿋이 병원을 지키고 가난한 환자들을 돌봤다.


환자들은 몰려드는데 적자는 누적되고 외상으로 달아둔 약값을 몇 달 동안 갚지 못하자 ‘도대체 김수환이 누군데 돈을 안 갚느냐’는 제약회사 전화를 받기도 했다. 당시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부설 병원이라 대표가 김수환 추기경 명의로 돼 있던 탓이다. 생전에 선우 원장은 이 일을 두고 “내가 여기서 도망가면 누가 하겠나 싶어 계속했다”고 회고했다.


예수의 작은 형제회 재속 회원이었던 선우 원장은 요셉의원의 의미를 후원자, 봉사자, 직원들에게 돌리면서 자신을 낮췄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늘 자신을 돌아보았다. 책에는 선우 원장이 자필로 쓴 성찰의 글이 일부 소개돼 있다. “나는 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한테는 하기 힘들거나 할 수 없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나는 받을 줄은 알지만 줄 줄은 모른다.”(285쪽)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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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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